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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 침범 때 추락한 KA-1, 정비불량ㆍ조종미숙 겹쳤다

입력
2023.03.30 15:20
수정
2023.03.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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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30일 사고조사 결과 발표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11시 40분쯤 강원 횡성군 횡성읍 묵계리에서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추락해 군 당국이 수습하고 있다. 횡성=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11시 40분쯤 강원 횡성군 횡성읍 묵계리에서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추락해 군 당국이 수습하고 있다. 횡성=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당시 긴급 출동하다가 추락한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 사고는 조종사와 정비사의 실수가 겹쳐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엔진 정비 당시 부품을 잘못 장착한 정비사와 실제 작전 투입 상황에서 평소와 다르게 무장이 많이 탑재되면서 조종사가 조종을 미숙하게 했다는 것이다.

공군은 30일 ‘KA-1 사고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공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지난해 12월 26일 실상황이 발생하자 오전 11시 38분 강원 원주기지를 이륙했고, 이륙 1분 후인 11시 39분 22초에 조종사가 엔진 출력의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비상착륙을 하기 위해 기지로 회항했다. 이 와중에 조종사는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오전 11시 39분 24초에 민가가 없는 쪽으로 기수를 돌리고 11시 39분 39초 고도 410피트(약 125m), 강하각 27도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비상탈출을 시도했다. 비상탈출 1초 후인 11시 39분 40초에 사고기가 지면과 충돌했다.

공군은 사고 직후 조사단을 구성해 △잔해 분석 △조종사 진술 △비행기록장치 확인 △비행상황 분석 △엔진계통 손상 분석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엔진 연료조절장치에 대한 창정비 작업절차를 지키지 않아 엔진에 이상이 발생했고, 여기에 조종사의 상황판단 및 처치조작 미흡까지 더해져 사고를 피할 수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료조절장치 구동축에 끼우는 테플론튜브(Teflon Tube)가 너무 강한 힘으로 장착된 탓에 구동축과 테플론튜브 사이에 이격이 발생했으며, 조종사는 이로 인한 엔진 이상 현상을 엔진이 꺼진 상태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강하 각도를 완만하게 했어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 했다"며 "조종사가 조치하면서 악조건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실제 상황이어서 무장이 평소보다 무거웠고 비상출격 상황에서 조종사가 당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훈련을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대처가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공군은 사고기 조종사와 관련 정비사, 지휘책임자 등 관련자들을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동일 엔진을 장착한 KA-1과 KT-1의 모든 연료조절장치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해 점검이 완료된 항공기부터 단계적으로 비행을 재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모든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사고조사 결과를 교육하고, 엔진 이상 발생 시 비상처치 절차와 비상착륙 절차 등을 재차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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