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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사퇴 부른 외교안보 난맥상… 일신 계기 삼아야

입력
2023.03.31 04:30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은 29일 자진 사퇴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은 29일 자진 사퇴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사퇴 하루 만인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조태용 주미대사를 새 안보실장으로 임명하고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을 주미대사로 내정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주요 포스트 공백을 서둘러 메웠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김 전 실장 퇴진 이유를 두고 경질설부터 권력암투설까지 여러 미확인 관측이 돌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이자 한미 정상회담 준비 책임자였던 이가 느닷없이 교체된 일이야말로 정부 내부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가장 유력한 경질설은 다음 달 정상 간 만찬 때 블랙핑크·레이디가가 합동 공연을 열자는 미국 측 제안을 안보실이 대통령 보고 없이 뭉갰다는 내용이다. 일제 강제징용 해법 발표와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여론이 악화하자 안보실 책임론이 비등했다는 설도 있다. 사실이라면 이해할 여지가 있지만, 우리 외교의 최대 이벤트인 대통령 국빈 방미가 목전인데 굳이 책임자를 바꿨어야 했나 의문은 남는다. 듣기에도 참담한 건 대통령실 내부 알력설이다. 김 전 실장과 직속 부하인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외교부 출신과 영부인 라인 참모 간 갈등이 이번 사태로 비화했다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윤 대통령이 직접 내부 기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오랜 지기이자 '외교안보 과외교사'로 불려 온 김 전 실장 체제에서 안보실은 한미일 공조와 대북 강경 대응의 정책 기조를 뚜렷이 하고 정상 외교를 중심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대중·대북 관계에 지나치게 소홀하다는 '편향 외교' 논란과 더불어 영국 여왕 조문 취소, 유엔총회 중 정상회담 계획 무산 등 '아마추어 외교'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비록 잡음 속에서 이뤄졌지만 이번 외교안보라인 쇄신을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대북 확장억제 강화, 미 반도체법 기준 완화 등을 논의하게 될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5월 한미일 회담, 여름 일본 총리 답방으로 이어질 정상외교 일정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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