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설 부인' 하루 만에... 尹, 김성한 안보실장 후임에 조태용 내정

입력
2023.03.29 20:00
수정
2023.03.29 22: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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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국빈 방미' 일정 둘러싼 잡음 조기진화
의전·외교비서관 이어 컨트롤타워 사퇴 이례적
野 "외교안보라인, 누가 왜 경질했는지 밝혀야"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하고 후임으로 조태용 주미대사를 내정했다. 대통령실이 김 실장 교체설을 부인한 지 하루 만이다. 다음 달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둘러싼 외교·안보라인의 불협화음이 노출되자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주요 외교 일정을 앞두고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 교체에 이어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까지 물러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55분 김은혜 홍보수석을 통해 "김 실장의 사의를 오늘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후 5시쯤 김 실장은 대통령실 기자단에 배포한 330여 자의 입장문을 통해 전격 사의를 표했다. 그로부터 50여 분 만에 대통령실이 전격적으로 사의 수용을 공식화한 것이다.

후임 내정도 속전속결이었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후임 국가안보실장에 조 대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조 내정자는 외무고시 14회 출신으로 대미·북핵 문제에 정통한 '미국통'이다. 2020년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주미대사로 발탁됐다. 김 수석은 후임 주미대사 인선에 대해선 "후임자를 신속하게 선정해 미국 백악관에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주재국 동의)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내정자는 30일부터 대통령실로 출근한다.

대통령실 "金 사의 적극 피력해 수용"

윤 대통령과 대광초 동문인 김 전 실장은 대선 때부터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재임 기간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복원,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개발 등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보름 새 정상외교 일정을 챙기는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면서 김 실장의 교체설까지 불거졌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국 측이 요청한 한류스타가 참여하는 문화프로그램 일정을 안보실이 제때 보고하지 않은 게 결정적 실책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향후 예정된 대통령님의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서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전날까지만 해도 김 실장 교체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하루 만에 입장이 180도 바뀐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어제는 안보실장 교체를 검토한 바 없지만, 김 실장이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만류했으나 (김 실장이) 거듭 피력해 고심 끝에 수용하신 걸로 안다"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실장의 전격 사퇴를 포함한 연이은 연이은 외교안보 라인 인사 변동에 의구심을 표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외교안보라인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으며, 누구의 심기를 건드렸기에 줄줄이 쫓겨나고 있는 것인지, 또 누가 이들의 경질을 주도한 것인지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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