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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등 축구인 100명 기습 사면... "최대 적폐는 축구협회" 팬심 분노

입력
2023.03.29 14:12
수정
2023.03.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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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행위 등으로 징계 받은 축구인 100명 사면
2011년 승부조작 가담자 50명 중 48명도 포함
"승부조작 장려하나" 거센 비판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사회 회의를 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사회 회의를 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가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직전 프로축구 승부조작 주동자들의 사면을 기습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축구팬들은 “협회가 승부조작을 장려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협회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사회 회의를 열고 비위행위 등으로 징계를 받은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협회가 사면 조치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문제는 이번 사면대상 1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명이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가담했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당시 승부조작은 전·현직 선수들이 브로커로 나서 축구계 선·후배들에게 승패 조작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등이 개입됐고, 검찰로부터 기소된 이들만 9개 구단 53명에 달할 만큼 조직적으로 기획된 사건이었다. 이와 관계된 이들 중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한국 축구의 근간을 흔들었던 대형 스캔들이었다.

그럼에도 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승부조작으로 제명 징계를 받은 50명 중 48명에게 사면조치를 내렸다. 승부조작 외에 또 다른 범죄에 연루됐던 K와 D를 제외한 전원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제명 해제 대상에는 당시 높은 연봉을 받고도 조작에 가담했던 최성국, 염동균 등도 포함됐다. 특히 최성국 등 일부 선수는 조사결과 단순 가담이 아닌 브로커 역할까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이번 협회의 사면조치로 향후 지도자로 축구계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

축구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팬들은 협회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대형 온라인 축구커뮤니티에 “한국 축구의 최대 적폐는 축협(대한축구협회)” “협회가 승부조작을 장려한다” 등의 비판글을 게재했다. 또 "월드컵 16강 진출과 프로축구 승부조작이 무슨 상관이냐"며 협회의 허술한 논리를 질타하기도 했다. 특히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한 시간도 남기지 않고 사면조치를 단행한 것에 대해 “향후 파장을 우려해 일부러 A매치 직전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승부조작 가담자에게 사면조치를 내리자 협회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팬들이 비판글을 게재했다. 대한축구협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대한축구협회가 승부조작 가담자에게 사면조치를 내리자 협회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팬들이 비판글을 게재했다. 대한축구협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이 같은 논란에도 이번 사면조치가 철회될 가능성은 낮다. 협회가 축구팬들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협회는 사면을 발표하면서 “승부조작에 대한 협회의 기본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모든 경기에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과 감독을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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