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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에 새벽기도 강요, 폭행… 'JMS 2세 교육' 아동학대 논란

입력
2023.03.31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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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 어린이집·방과후학교 직영
"말 안 들으면 지옥"... 정서학대 심각
"40년 된 '사이비 2세' 문제 폭발 직전"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어린이집에 다닌 아이들의 단체 졸업식 사진. 신도 제공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어린이집에 다닌 아이들의 단체 졸업식 사진. 신도 제공

“기도 제대로 안 하면 지옥 갈 거란 말을 수시로 들었죠.”

A(17)양은 모태신앙으로 기독교복음선교회(JMS)를 믿게 된 ‘JMS 2세’다. JMS가 직영하는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몸서리쳐진다. 오전 3시에 일어나 기도를 해야 했고, “‘방언(方言ㆍ영적 힘에 이끌려 내는 소리)’ 연습을 하라”며 1시간씩 무릎 꿇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폭행 기억도 쉬이 잊히지가 않는다. 부모에게 그만두고 싶다고 여러 번 구조신호를 보냈으나 소용없었다. A양은 30일 “열혈 신도인 부모님은 ‘주님(교주 정명석)의 신부’가 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JMS 교육 기관은 세뇌 전문 집합소"

여성 신도 성(性)착취 논란에서 시작된 JMS의 비정상적 행태를 둘러싼 폭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JMS 소유의 어린이집ㆍ방과후학교에서 신도 자녀들에게 부당한 종교 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동학대로 볼 법한 폭력이 빈번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JMS는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월 촬영된 JMS 내부 영상엔 교주 정씨가 부산, 광주, 충남 금산 등의 5곳을 ‘JMS 어린이집’으로 소개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실상은 교육을 빙자한 세뇌 기관이라는 게 내부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수도권 지역 유ㆍ초등부 신도 관리를 총괄했던 전 신도 B씨는 “정명석의 위대함을 주입하기 위한 곳”이라고 단언했다. 수업도 국어, 수학 등 일반 교과가 아닌 신앙 교육이 최우선이다. 아이들은 본인 의사에 상관없이 매일 정씨의 ‘말씀 강의’를 듣거나 그가 지은 시를 따라 써야 했다.

정씨의 한마디는 곧 법이었다. JMS 2세로 성인이 된 뒤 JMS 방과후학교 교사로 근무한 C씨는 황당한 일화를 들려줬다. 정씨가 갑자기 “몸에 좋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라면과 과자, 탄산음료를 먹이지 말라”고 지시하자 즉시 제공이 금지됐다는 것이다. 그는 “콜라는 안 되고 사이다는 괜찮은, 이상한 기준이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합리적 이유 없이 교주의 즉흥적 생각에 따라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했다는 의미다.

중학생이 되면 이성끼리 대화하는 것조차 막았다. 이 역시 ‘이성이 접촉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정씨의 주문 때문이었다. C씨도 “어렸을 때부터 ‘연애는 사탄과 사귀는 행위’라고 늘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종교 강요는 명백한 정서 학대"

JMS 교육기관에서 자행된 여러 행위는 아동학대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 등을 아동학대 범주에 넣고 있다. 또 2021년 서울시가 발간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 안내서’를 보면, 종교 강요가 정서 학대의 일례로 나와 있다. 교육부가 2015년 아동학대 유형에 ‘보호자의 종교 행위 강요’를 포함시키려다 일부 종교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적도 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특정 종교를 강요하며 공포심을 조장하는 건 명백한 정서적 학대”라며 “아이가 폭넓게 세상을 경험할 기회가 차단된다”고 우려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신도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독자 제공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신도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독자 제공

유년기 지속적 세뇌와 정서 학대는 사회 부적응을 초래할 확률도 높다. 1995년 일본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이후 신도 자녀 110여 명이 구조됐는데, 이들은 오랜 기간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도 “어머니가 특정 교단에 거액을 헌금해 가장이 파탄났다”며 원한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단 종교 탈퇴자들을 꾸준히 지원해온 정이신 아나돗교회 목사는 “2세 탈교자들은 종교적 난민이나 마찬가지”라며 “경제적 독립 능력이 없어 반강제로 종교를 유지하는 젊은이도 많다”고 지적했다. 당국 차원의 신고센터와 상담, 법적 지원을 연계하는 시스템도 필요해 보인다. 이단 종교 전문가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한국도 1980년대 초부터 우후죽순 이단 종교가 만들어져 벌써 40년이 흘렀다. ‘2세 문제’가 터져 나오기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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