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기밀 엑셀로 제출'… 너무 '깐깐한' 美 반도체 보조금 신청

'영업 기밀 엑셀로 제출'... 너무 '깐깐한' 미국 반도체 보조금 신청 절차

입력
2023.03.28 17: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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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반도체 투자 보조금 세부지침 공개
기업 예상 현금 흐름·반도체 수율도 제시 의무
"상무부 예시 너무 구체적" 한국 업계 갸우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4월 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복원 최고경영자 서밋' 화상회의에 참석해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총 390억 달러(약 50조6,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금을 신청하는 업체에 ‘주요 기업 정보를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라’는 세부지침을 공개했다. 기업 예상 현금 흐름은 물론 반도체 웨이퍼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소재별 산출 비용 등도 요구했다. ‘깐깐한 심사’를 통해 지원금 규모를 결정하고, 향후 이익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이를 환수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390억 달러 반도체 보조금 지침 공개

미국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반도체ㆍ과학법’에 따른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보조금(인센티브) 신청 절차 세부지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사업경제성 추산에 필요한 재무모델, 인력 개발 및 환경 평가 조건 정보 등이 포함됐다.

이는 상무부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보조금 신청 절차와 기준에 이어 세부사항들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미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법은 반도체 기업에 향후 5년간 총 520억 달러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 390억 달러는 생산시설 투자에, 130억 달러는 연구 및 인력 개발에 각각 투입하는 내용이다.

이날 공개된 세부지침에 따르면 보조금 신청 기업은 생산시설 예상 현금 흐름, 이익 등 대차대조표를 제출할 때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산출 방식을 검증할 수 있는 공식과 함께 엑셀 파일 형태로 제시해야 한다. 상무부가 검증해 향후 이익 환수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 제출 정보 "세세하고 방대해야"

제출해야 하는 정보도 방대하다. 상무부는 고객, 시장, 현금 흐름, 비용 등으로 나눠 세세한 내용까지 요구했다. 먼저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 능력 △가동률 △웨이퍼 예상 수율 △생산 첫해 판매 가격 및 연도별 판매 가격 증감 폭 등을 입력해야 한다. 또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실리콘 웨이퍼, 질소, 황산 등 소재별 비용 △소모품 및 화학품 비용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연구개발 비용 등도 입력 항목으로 제시됐다.

반도체 제조 경쟁력 주요 지표인 수율의 경우, 영업 기밀에 해당된다는 분석이 많다. 상무부는 웨이퍼를 5㎚(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7nm, 9nm 등 유형별로 세분하라는 지침도 제시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노동력 개발 계획 지침’에 따르면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지원을 받는 기업은 보육시설도 운영해야 한다. 노동조합과의 협력 방안도 담겨야 한다.

삼성전자 오스틴법인이 공개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팹 부지 건설 사진. 삼성전자 제공


한국 반도체 기업 영업 기밀 유출 우려

한국 반도체 업계에선 상무부가 공개한 예시가 지나치게 세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재료가 되는 소재의 개별 산출 비용이나 직원 유형별 고용 인원 및 인건비 항목을 토대로 이 기업이 어떤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지 추정이 가능하고, 이것만으로도 경쟁사에 중요 정보가 된다는 것이다.

보조금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 등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지 못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비롯해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이 한국 기업 입장에선 공짜점심이 아니라는 평가도 많다. 보조금 신청 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도 제한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州) 테일러시에서 파운드리 팹 신공장을 건설 중이고, 내년 하반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첨단 패키징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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