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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다수가 AI인 청소년 소설 보며…향상하는 항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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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로봇, 우주가 더는 멀지 않은 시대입니다. 다소 낯설지만 매혹적인 그 세계의 문을 열어 줄 SF 문학과 과학 서적을 소개합니다. SF 평론가로 다수의 저서를 집필해 온 심완선이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챗GPT에 이것저것 물었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을 어떻게 생각해? AI와 인간의 근본적인 차이는 뭘까? 그 둘이 동등해지기 위한 요건은? SF를 읽으며 많은 경우의 수를 보았지만 현실에 등장한 대화형 AI는 어떻게 답할지 궁금했다. 당연하게도 돌아온 답은 무난했다. 실시간으로 맞춤형 답변은 하지만 정말로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챗GPT는 틀린 답을 할지언정 자신의 답을 말하지는 않는다. 답변에 개인적인 생각을 넣는다면 대단한 오류다. 하지만 만약 개발자와 질문자가 AI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의도한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고실험은 청소년 소설집에 있다. '언젠가 한 번은 떠나야 한다'는 청소년에 초점을 맞춘 SF 단편집이다. 청소년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면 기존의 세상은 덜 당연해지고 낯선 풍경이 조금 자연스러워진다. 청소년 자신이 기존에 없던 낯선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른들의 경험을 답습할 필요가 없으므로 조금 다른 목적지로 시선을 돌린다. 수록작 중 특히 듀나의 '항상성'은 AI가 인간을 대변할 정도로 성장한 세상과 청소년의 성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작중에선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진 AI가 존재한다. 이들은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인간이 보좌관과 비서관의 도움을 받듯 ‘팀’의 도움을 받는다. 구체적인 방식은 의원실마다 다르겠지만 AI 의원 ‘채잎새’의 팀원들은 둘씩 짝지어 의제를 토론한다. 채잎새는 토론 중에 나오는 근거, 팀원의 논리 전개 방식이나 제스처를 선택적으로 습득한다. 다만 팀의 역할은 기껏해야 채잎새의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의 정체성은 채잎새가 맡는다. 둘의 기여는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유권자를 대변하지만 유권자와 별개로 활동하듯이, 자녀가 부모에게서 세상을 배우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생각하듯이.
개인을 말하기에 ‘정체성’은 딱 맞는 표현이다. 정체성은 변치 않는 본질을 지닌 독립적 존재를 이른다. 우리는 남에게서 배우지만 나로서 생각한다. 채잎새는 여느 인간과 마찬가지로 경험과 환경과 의지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형성된 유니크한 총체다. 소설은 기성세대와 ‘요즘 애들’, 혹은 나와 타인을 가르듯, 인간과 AI 사이에 분명히 선을 긋는다. “AI들은 아무리 우리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고의 메커니즘이 인간과 전혀 다르니까.”
우리가 인간과 동등할 만한 AI를 개발한다면, 그들은 인간과 같아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AI는 높은 확률로 우리가 최초로 만날 비인간 지성체일 것이다. 그리고 듀나의 인물들은 이질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름은 너무나 당연하다. 채잎새의 팀원은 채잎새와 마찬가지로 모두 청소년이고, 성장을 향한 갈망을 이해한다. 팀은 채잎새가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기를 지지한다. “그 길이 꼭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곳으로 향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대로 변해가기를 기원한다. 우리가 미래에 내어줄 만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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