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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전염 '뱅크데믹' 퍼질라... 국내 은행, 시장 달래기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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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들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콜옵션) 계획을 밝히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 합병 이후 금융사 발행 채권에 대한 불신이 퍼지자 "우리는 문제없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25일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5,0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2013년 4월 발행)을 예정대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다른 채권에 대해서도 차질 없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전날 신한금융그룹도 다음 달 콜옵션 만기 예정인 1,35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2018년 4월)의 상환 계획을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글로벌 투자은행(IB) CS의 인수·합병 등으로 불거진 은행 불신의 국내 전파를 차단하려는 조치다. UBS와 합병 과정에서 CS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전액 상각(가치가 '0'으로 되는 것) 처리되자, 다른 신종자본증권도 투자금을 회수 못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이 퍼진 상황이었다.
최근엔 은행 예금조차 믿지 못해 초단기금융상품 머니마켓펀드(MMF)를 피난처로 삼는 투자자들도 생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23일까지 약 372조 원의 뭉칫돈이 미국 MMF로 들어갔는데, 월간 기준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국내에서도 SVB 파산 이후인 13~16일 MMF로 자금이 유입돼 설정액이 처음 20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신한금융 모두 차환(상환 후 재발행) 계획은 미정이다. 이를 두고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차환을 포기한 것 아니냐"며 신종자본증권의 건전성에 재차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차환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두 금융사의 설명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1월 4,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선제 발행해 추가 자금 조달 없이 콜옵션을 행사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없이도 당분간 건전성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신종자본증권은 발행한 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때 상각할 수 있다. 그 전에 경영개선 권고, 경영개선 요구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CS처럼 신종자본증권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국내 은행은 물론 재무 건전성이 좋은 독일 도이체방크 위기론까지 나오자, '근거 없는 공포의 전염(뱅크데믹·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이 은행 위기의 새 경향으로 자리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SVB는 우량자산에 투자했으나 평가손이 확대된 경우고, CS의 투자 실패는 대응 가능한 규모"였다며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지만,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전제로 투자 판단을 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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