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탈진할 뻔"한 '더 글로리' 엄마의 폭력

입력
2023.03.28 10:55
수정
2023.03.2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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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 많아"
"모든 피해자 동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쫑파티 작가와 배우들 파트3 농담도... 넷플릭스 "미정"

'더 글로리' 파트2에서 동은(송혜교)이 엄마를 끌어안고 서늘하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파트2에서 동은(송혜교)이 엄마를 끌어안고 서늘하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부적응.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동은의 엄마 정미희(박지아)는 이런 사유가 적힌 딸의 자퇴서에 서명한다. 동은의 엄마가 딸의 학교폭력 가해자인 연진 엄마에게서 돈을 받고 한 일이다. 합의금을 손에 쥔 엄마는 딸을 버리고 야반도주한다.

"절대 용서 안 할 거야. 내가 당신을 용서 안 하는 이유는 첫 가해자라는 걸 당신은 지금도 모르기 때문이야". 동은은 20여 년이 흘러 다시 만난 엄마에게 이렇게 소리치며 오열한다. 그때 동은의 집은 불타고 있었다.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는 딸의 집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다 딸에 화가 나 불을 지른다. 고기가 뜨거운 불에 지글지글 타는 소리가 집을 에워싸자 동은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한다. 그의 몸엔 머리 모양을 다듬을 때 쓰는 미용전기제품 일명 고데기로 학폭을 당한 상처가 가득했다. 그 고통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이 장면을 찍을 때 송혜교는 쓰러질 뻔했다고 한다. 김은숙 작가는 28일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2 비하인드 영상에서 "혜교가 집이 불타는 장면 찍고 탈진할 뻔했다더라"고 말했다.

딸의 첫 번째 가해자는 엄마였다. 이 비극을 쓴 이유에 대해 김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피해자분들을 보면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하는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세상에 태어났을 때 누군가가 부딪히는 첫 번째 세상이 엄마잖아요. 엄마는 (자식의) 첫 번째 어른이고 보호자이고요. 그런데 첫 번째 가해자가 되는 엄마들이 있더라고요. 그 엄마를 동은이 엄마로 그리고 싶었어요."

'더 글로리'에서 동은의 몸은 화상 상처로 덮여 있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해 남은 고통의 흔적이다.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에서 동은의 몸은 화상 상처로 덮여 있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해 남은 고통의 흔적이다.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에서 동은처럼 안타까운 인물은 경란(안소요)이다. 연진(임지연)과 재준(박성훈) 등에 학폭을 당한 경란은 커서도 가해자 옆에서 눈치 보며 그들 주위를 떠나지 못한다. 김 작가는 "모든 (학폭) 피해자가 동은이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며 "가해자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경란은 동은을 다시 만나면서 가해자 없는 세상을 처음으로 꿈꾼다.

동은을 학폭으로 무너뜨린 연진, 재준, 이사라(김히어라), 혜정(차주영), 손명오(김건우)는 '동은 오적'으로 불린다.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과몰입해 붙인 별명이다. 이 동은오적은 명오 장례식장 장면을 가장 섬뜩한 장면으로 꼽았다. 이곳에서 사라는 "남의 아픔을 기뻐하는 자 사탄일지어다"라고 외치며 친구였던 혜정의 목에 연필을 꽂는다. 김히어라는 "이 장면을 찍은 뒤 너무 기분이 싸해서 '당분간 이런 역할 하지 말자. 이러다 큰일 나겠다'란 말을 동료들과 했다"고 말했다. "어두운 내용을 쓰니 감정이 피폐해지더라"는 게 대본을 쓴 김 작가의 말이다.

'더 글로리' 파트2에서 감옥에 간 연진(임지연)이 엄마를 부르며 울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파트2에서 감옥에 간 연진(임지연)이 엄마를 부르며 울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 파트2는 공개 첫 주 시청 시간에서 '오징어 게임'(2021)을 넘어섰다. 지난 10일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2는 2주 연속 1억 시간 넘게 재생됐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1이 첫 주 2,500만여 시간 재생되는 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네 배 이상 폭증했다. 학교폭력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파트1이 공개된 후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에서 줄줄이 벌어진 '반(反)학폭' 운동이 세계에서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부쩍 높인 여파로 풀이된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보니 '더 글로리' 파트3 혹은 시즌2를 기대하는 시청자도 많아졌다.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더 글로리' 쫑파티에서도 김 작가와 배우들은 파트3에 대한 말을 농담처럼 나눴다고 한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날 "파트3 혹은 시즌2 제작 여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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