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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기본계획, 순환경제 부문은 '낙제점'... 고민 흔적조차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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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지난 21일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세부 이행방안을 발표했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부족했고, 원전 비중이 높아졌고, 산업계 감축목표가 후퇴했다는 등 다양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순환경제 관점에서 평가하면 어떨까? 낙제점이라고 생각한다. 4대 전략 중 첫 번째인 '구체적·효율적 책임감 있는 탄소중립 전략'의 세부전략으로 '저탄소 산업구조 및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지만, 폐기물 분야를 제외하면 순환경제 관련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순환경제를 폐기물 분야 탄소 감축 정도로 좁게 보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만으로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없다. 계속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재생에너지 공급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면 물질 이용으로 인한 에너지 사용 및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물질 이용방식의 전환, 즉 자원 총소비량의 감소와 재생자원 공급의 증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계획에는 이와 관련된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 2030년까지의 자원 총소비량을 예상하고, 이것을 어떤 수단을 통해 줄일 것이며, 이 중 재생자원으로 얼마를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가 없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니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도 추상적이거나 공백이다. 국내 관련 기초연구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계획에 반영하기 어려운 것은 인정하더라도 고민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심각하다.
폐기물 분야는 어떨까? 올해 구성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뿐만 아니라 이달 22일 개최된 공청회에 참여한 패널 중에서도 순환경제 및 폐기물 관련 전문가는 없었다. 형식적으로나마 포함시키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배려조차 사라졌다. 온실가스 배출량 중 폐기물 분야 비율이 2.3%에 불과하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착각이다.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이 온실가스 감축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효과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분야 감축 목표는 달성이 가능할까? 2018년 기준 1,710만 톤에서 2030년 910만 톤으로 46.8%를 줄여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생활폐기물 발생량을 30% 줄여야 하고, 재활용률은 80% 이상 높여야 한다. 그런데 2021년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8년 대비 11% 증가했고 재활용률은 62.0%에서 56.7%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폐기물 중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플라스틱 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폐기물 분야 탄소 감축 목표와는 다르게 매립금지 정책 영향으로 지자체 소각장 용량은 2030년까지 계속 증가할 예정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강한 규제 및 종이 등으로의 강력한 재질 대체, 전처리 시설 확대를 통한 종량제 봉투 재활용 전략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어려워질 것이다.
제대로 된 탄소중립 대책을 세우려면 순환경제 전략이 말이 아니라 부문별 대책에 구체적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텀블러 들자는 이야기만을 할 게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제대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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