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설비폭증으로 공급과잉 정전 우려되는 태양광 발전
올봄엔 발전량 40% 몰린 호남지역 출력 제한해야
수도권 발전 비중 늘리는 등 공급·수요 분산화 필요
교정 곳곳에 벚꽂, 진달래, 개나리가 피어 있는 지금, 그야말로 봄의 한복판이다. 미세먼지가 출몰하곤 하지만, 우리나라의 봄은 맑은 편이라 1년 중에서 일조량이 가장 풍부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의 발전량도 최대다. 하지만 난방 및 냉방 모두 거의 필요 없는 계절이기에, 전력수요는 연중 가장 낮다.
예를 들어, 작년 여름의 최대 전력수요는 93GW였지만, 지난주 최저 전력수요는 40GW 밑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더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기전 전원인 석탄 및 원자력 발전소의 용량은 63GW, 전체 용량은 139GW나 된다. 전기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도 정전을 일으키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도 정전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한 번 끄면 다시 가동되는 데 1∼3일까지 걸리는 석탄 및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끌 수는 없다. 24시간 조업하는 수출산업에 전기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기저 발전소 가동이 불가피하다. 봄철에는 이러한 필수가동(must-run) 발전기를 제외한 나머지를 세우고 정비에 들어간다.
봄철 천연가스 발전소는 주로 태양광 발전이 안 되는 시간에 가동된다. 태양광 발전으로 과잉 생산된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되거나 강의 물을 산 정상부의 저수지로 끌어올리는 양수발전소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올해 봄에는 이러한 방안만으로는 부족하다. 작년에 태양광 발전기가 대폭 증가하여 광역 정전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원할 때 전기를 생산하기 어려운 간헐성, 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이 수시로 변하는 변동성,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직성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 다른 발전설비는 필요량만큼만 설치되지만, 태양광 발전기는 필요량의 6∼7배가 설치되어, 봄철에는 필요량 이상으로 전기가 생산된다.
결국 광역 정전을 막기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의 가동을 제어하는 이른바 출력제한 조치가 불가피하다. 이것은 선진국들도 흔히 취하는 방식이다. 전력망이 국가 간에 서로 연결되어 있는 영국 및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4% 내외, 북미는 2.2%, 일본은 3.8% 수준으로 재생에너지의 출력을 제어하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에서 태양광 발전 출력제한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보다 일조량은 높고 땅값은 낮아 태양광 발전 확대가 집중되어, 점유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후 낮 시간대에는 지역 내 수요를 크게 초과하여 전기가 생산되고 있다. 반면에 수도권으로의 송전선로 확충은 주민 반대와 적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날씨가 안 좋아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들면 모를까, 날씨가 좋은 날에 계통에 고장이 발생하면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전을 막기 위해 올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남지역의 태양광 발전 출력제한을 우리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등의 다른 발전원도 필요시 별도의 보상 없이 계통안정을 위해 출력이 제한되고 있다.
태양광은 현재 주된 발전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발전원과 마찬가지로 계통안정을 위한 출력제한을 이해해야 하며, 계통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성능도 갖춰야 한다. 아예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 조건에 이를 명시하고, 기존 사업자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에 출력제한 가능성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급 및 수요의 분산화도 이뤄져야 한다. 호남이 아닌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서 태양광 발전을 늘려야 한다. 소비자는 수도권의 낮은 일조량과 높은 땅값으로 증가하는 태양광 발전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주된 전력 수요처인 대규모 공장은 수도권이 아닌 호남지역과 같은 발전소 인근 지역에 지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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