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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헌재 결정 두고 정치권 '내로남불'... 2009년 미디어법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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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반응을 두고 2009년 종합편성채널 도입의 근거가 된 미디어법 개정 표결 때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한 측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논쟁을 종결하자는 주장을 하는 반면,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측은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며 반발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다. 법안 처리의 주도 여부에 따라 여야 간 공수만 바뀌었을 뿐이다.
헌재의 지난 23일 검수완박법안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효력은 유지된다'는 취지의 결정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국민의힘 측에선 "이번 결정은 반(反)헌법적"이라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한마디로 ‘민우국’ 카르텔의 반헌법 궤변"이라며 "민변,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 연구회 출신들로 구성된 유사정당 카르텔이 내린 이 결정은 민주당에 보은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헌법 파괴 만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헌재 재판관의 구성상 편향된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이는 2009년 헌재가 미디어법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의 대리투표 논란에 대해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렸을 때와 그대로 포개어진다. 헌재는 당시에도 '표결 절차에는 문제가 있지만 법안 자체는 무효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법안을 강행 처리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자"는 주장을 한 반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던 민주당은 의원들의 결의문을 통해 "절차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죽은 것이고 헌법은 유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겨냥해 "헌법 기관을 부정하고 법과 제도에 대해 불복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절차적 흠결에도 헌재가 '법안이 유효하다'는 결정에 대해서도 여야는 14년 전과 꼭 닮은 반응을 보였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 등을 두고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이 떠오르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미디어법 헌재 결정 당시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의 "오늘 판결은 날치기와 불법투표의 효력을 인정해 준 것으로서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판결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논평과 일치한다.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으로 사법부 판단을 부정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회가 삼권분립 원칙을 스스로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선 헌재재판관이 판결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정치적 헌법기관인 국회가 가지는 자율권과 정치적 형성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과 대비된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입법부에서 통과시킨 검찰정상화법을 사법부도 인정했는데, 정부와 여당만 끝까지 부정하려 든다"며 "헌법의 근간인 삼권분립에 대한 도전이며, 정부가 강조해 온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헌재 결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정치권이 갈수록 힘 대결로 치달으면서 정치 현안을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정치의 사법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정치가 본연의 역할인 타협과 합의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손쉽게 사법부의 판단으로 넘기면서 정치 영역을 스스로 좁히는 대신 사법 영역을 키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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