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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 98%는 5000만 원도 없다"… 과연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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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23년째 그대로인 한국의 예금보호 한도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98% 예금자는 보호 한도인 '5,000만 원'도 없다"부터 "예보 한도를 높이면 대출금리가 높아진다"는 주장까지 제기됩니다. 팩트 체크를 통해 해당 주장의 진실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98%라는 수치가 뜻하는 바가 뭘까요.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현재 '5,000만 원 이하 예금자 수 비율'이 98%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 '한국 예금자들의 예금액을 전수조사했더니 98%가 5,000만 원 이하의 예금을 가지고 있다'라는 뜻일까요. 그게 아닙니다. 각 금융회사가 자사 고객의 예금 계좌를 봤더니 5,000만 원 이하 계좌가 98%고, 2% 계좌만 5,000만 원을 넘었다는 얘기입니다.
예컨대 제가 A은행에 4,900만 원을, B은행에 4,900만 원을 분산 예치했다고 해 볼게요. 그럼 예금 총액은 9,800만 원이죠. 그런데 각 금융회사는 개별 계좌 정보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는 5,000만 원 이하 예금자 수에 포함됩니다. 즉 예금자의 전략적 분산예치 가능성을 고려하면 5,000만 원 초과 예금자가 2%보다 많을 수 있는 셈이죠.
분산예치 여부를 따로 발라내기 위해선 다른 자료가 필요해요. 즉 금융회사 계좌당 예금액이 아닌 국내 전체 예금자의 1인당 예금액을 확인해야 하죠. 하지만 예보조차도 해당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네요. 결론적으로 현재로선 예금자 1인당 예금액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있어요. 바로 한국은행·통계청 등이 매년 작성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입니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저축액 규모는 평균 8,548만 원이래요. 순자산 5분위별로 보면 대략 절반의 가구는 현행 예금 한도를 넘어선 예금액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러나 해당 조사는 '가구' 기준이기 때문에 저축액을 '가구원 수(2.54명)'로 나눠야 하죠. 이럴 경우 1인당 평균 저축액은 3,365만 원으로 떨어집니다. 순자산 5분위별로 보면 상위 20%만이 보호 한도를 초과합니다. 다만 가구원 중 미성년·청년 등을 고려하면 보호 한도 이상인 예금자 수는 20%보다 더 많을것으로 추측되네요.
예금보호 한도를 높이면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와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려요.' 일단 예금보호를 통해 이득을 보는 주체는 금융회사·예금자 모두입니다. 즉 예보료는 금융회사와 예금자가 일정 수준에서 나눠 내는 게 합리적으로 보여요.
지난해 10월까지 예보료를 대출금리로 받는 게 가능했어요. 예를 들어 예금은 A은행에 맡기고, 대출은 B은행에서 받을 경우, 대출 고객은 B은행 예금자들을 대신해 예보료를 납부해 주는 꼴이었지요. 이런 부당함을 개선하기 위해 은행권은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해 대출로는 예보료를 받지 않기로 했어요. 정리하면 현재로선 예보 한도 상향으로 인한 예보료 인상이 대출금리에는 전가되지 않습니다.
아직 남은 문제도 있죠. 대출금리로 예료보를 받는 게 불합리한 건 알겠는데, 도대체 예금금리에 예보료를 얼마나 반영해야 적당할까요. 대출금리와 달리 수신금리는 모범규준도 없고, 예보·당국의 가이드라인도 없습니다. 개별 금융회사들은 예보 전가율을 '영업비밀'로 간주해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즉 현재로선 100% 전가도 가능하다는 거죠.
주요 5대 은행에 물어보니 4곳은 예금금리를 깎는 방식으로 예보료를 이미 징수하고 있다고 하네요. 결론적으로 만약 예보 한도 상향이 결정돼 예보료 상승으로 금융회사 부담이 커지면 각 회사들이 예금금리를 지금보다 더 깎는 방식으로 예금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할 유인이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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