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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성 방문이 41%... 교류 숫자 늘었지만 '속빈 강정' 지방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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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외교’의 궁극적 목표는 해외도시들과 각종 협력 사업을 진행해 실리를 추구하는 데 있다. 하지만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교류ㆍ협력을 한다고 하면 단체장의 외유성 이벤트로 인식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인색한 평가는 지방외교가 국가외교의 훌륭한 보조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을 희석시켜 관련 법 제정도 지연시켰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후 지자체의 국제협력 수요는 계속 늘었으나, 지자체 사무(지방자치법)에 관련 업무가 포함된 건 27년이 지난 지난해였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시도협의회) 관계자는 26일 “2016년 공공외교법이 발효돼 지자체의 국제교류가 공공외교 범주에 들어오고도 법적 근거가 미약해 적극적 대외 활동은 어려웠다”고 말했다. 제도적 뒷받침이 적은 탓에 지방외교는 주로 단체장 개인 역량에 기대기 일쑤였다.
국내 지방외교의 효시는 1961년 경남 진주시와 미국 오리건주 유진시의 자매결연이다. 이후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과 맞물려 교류 횟수가 대폭 증가했지만, 2004년까지 지자체가 해외 지방정부와 결연하려면 중앙정부의 승인이 필수였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이라는 지방외교의 이점을 살릴 수 없는 이유였다. 여기에 4년마다 선거를 하다 보니 사업이 발을 뗐어도 단체장이 바뀌면 좌초할 때가 많았다.
내실 없는 국제협력ㆍ교류는 수치로 입증된다. 지금까지 국내 지자체가 진행한 교류 사업 2만9,415건 중 1만2,149건(41.4%)이 대표단 상호방문 등 단순 교류활동으로 나타났다. 축제참가, 예술단 공연 등 문화예술 교류 3,965건(13.5%), 수학여행 등 청소년 교류 2,793건(9.5%), 공무원 연수 등 인적 교류 2,784건(9.4%) 순이었다. 관광, 경제 등 지역발전에 도움을 주는 실질적 사업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한 광역시 국제업무 담당자는 “지방외교가 탄력을 받기 위해선 다양한 교류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경제교류 수준까지는 가야 외교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광역 17개, 기초 225개 지자체가 세계 85개국 1,350개 도시와 1,817건의 자매우호협력을 체결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화려한 것 같지만 국가외교 기여도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협력 사업을 발굴해 지자체를 넘어 한국의 위상을 높인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대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돼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전 세계 자치단체장들에게 또렷이 각인시켰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최초로 UCLG 회장에 당선되는 성과도 거뒀다. UCLG 회장 자격으로 140개국 25만 곳의 지자체를 성공적으로 이끌면 대전시의 국제적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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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에 사무국을 둔 동북아시아지역자치단체연합(NEAR)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다자협의체다. 1996년 9월에 창설돼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지방정부 간 협력기구로, 지역 공동발전을 견인하는 데 구심점이 돼왔다. 6개국 79개 광역자치단체 회원 인구만 7억 명이다. 특히 북한도 회원에 포함돼 있어 향후 남북관계가 굴곡을 겪을 때마다 작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외교의 맏형 서울시가 일본 요코하마에 있던 아ㆍ태지역 다자간 지방정부연합체 시티넷(CITYNET) 사무국을 2009년 옮겨온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티넷은 1987년 설립된 도시 간 연합체인데, 아ㆍ태지역 80여 개 지방정부와 국제 비정부기구(NGO) 등 40여 개 기관 및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한다. 시티넷 대표를 지낸 임근형 전 주헝가리 대사는 “서울시가 지방정부들의 교류 중심 역할을 하면서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을 상대로 정책 연수를 한다는 사실에 세계 주요 도시 시장들이 놀라움을 표했다”며 “실익을 떠나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도시 브랜드와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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