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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필승 주걱’을 젤렌스키에 선물…"전쟁이 뭔지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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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필승 주걱’을 선물한 사실이 알려져 입길에 올랐다. 일본에선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나 경기를 앞둔 스포츠 선수에게 행운을 기원하며 주는 기념품인데, 전쟁 중인 나라의 지도자에게 선물하기엔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기시다 총리가 21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형 나무 주걱과 도자기 램프를 선물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시다 총리 지역구인 히로시마의 전통 공예품들로, 50㎝ 길이 주걱에는 ‘필승’이란 글자와 기시다 총리의 서명을 적었고 램프는 종이학을 모티프로 만들었다. 종이학에도 소원 성취 기원 의미가 담겼다.
필승 주걱은 히로시마현의 섬 이쓰쿠시마가 발상지인 전통 공예품이다. 일본어로 ‘밥을 푼다’는 말과 ‘(적을) 꺾는다’는 말의 발음이 ‘메시토루’로 같아서 ‘(싸움에서) 승리하는 행운’을 상징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쓰쿠시마는 일제의 아시아 팽창기에 일본군 출정지였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당시 군인들은 출정을 앞두고 이쓰쿠시마 신사를 방문해 생환을 기원하며 주걱을 봉납했다.
요즘도 일본에선 주걱이 행운을 비는 선물로 통한다. '장수', '건강', '행복' 등을 다양하게 적어 선물한다. 기시다 총리 역시 2020년과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때 지역 후원회로부터 초대형 필승 주걱을 받아 선거사무소에 전시해 둔 적이 있다.
기시다 총리는 2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주걱을 선물한 데 대해 “조국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전쟁으로 긴박한 국가의 원수에게 (주걱을) 준 데 불편함을 느낀다”며 “우크라이나에 진짜 필요한 것은 발전기나 손난로 등 민생에 도움이 되는 물품”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원로인 오자와 이치로 의원도 “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전쟁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니 주걱을 선물하는 무신경한 일을 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대표도 “죽느냐 사느냐를 놓고 싸우는 전장에 지역구 특산품을 가져가다니 너무 안이했다”고 지적했다.
국제문제 전문 원로 저널리스트인 하루마 미키오는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종이학 네 마리를 가져 와 화제가 됐다”며 “선물을 받는 사람들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기시다 총리의 선물은) 사려 깊지 못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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