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또다시 소용돌이로 가나…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 물러날 뜻 밝혀

입력
2023.03.23 21:00
수정
2023.03.23 21:5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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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아바타" 정치권 압박에 부담
22일 이사회 간담회서 사의 전해
31일 주총 이후 조직 정비 계획 꼬여

KT CEO 후보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KT 제공

KT CEO 후보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KT 제공


KT 새 대표이사(CEO) 후보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최종후보로 선출된 지 보름 만이다. CEO 선출 과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거센 압박과 주요 경영진에 대한 검찰조사, 잇따른 후보자 낙마로 곳곳이 지뢰밭인 상황에서 회사 내부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 사장은 전날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고민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참석한 이사들은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까지 버텨 달라며 만류했지만 뜻을 돌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이 사퇴를 결심한 배경은 KT CEO 선임 과정을 "이권 카르텔"로 비판한 정치권 압박과 검찰조사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 인사들은 윤 후보를 겨냥해 "구현모 아바타"라고 날을 세웠고, 대통령실은 "공정한 거버넌스(절차)가 필요하다"며 KT 의사결정 자체를 비판했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구 대표와 윤 사장에게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곧 KT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것이란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윤 후보 사의가 이사회에서 수용될 경우, 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시됐던 대표이사 선임 건은 자동 폐기된다. 일주일 사이 새로운 CEO 후보를 세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31일 주총을 기점으로 새로운 CEO와 함께 조직 전체를 정비하겠다는 큰 그림이 모두 꼬이게 된다. 사외이사 후보인 강충구·여은정·표현명 후보 선임에 대한 표결은 이뤄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CEO 선출이 무산되면 '속 빈 강정'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경영 공백도 우려된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 부문장(사장) 등 사장단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겠지만 임시 경영진 형태로, 투자 결정 등 굵직한 의사결정을 진행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CEO 공석으로 매년 11, 12월 해왔던 임원 인사가 5개월 이상 미뤄지는 상황도 사실상 경영 마비 사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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