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출신 진돗개 미국서 큰 인기…"한국서도 편견 사라지길" [인터뷰]

입력
2023.03.23 09:00
수정
2023.03.23 09:12
14면
구독

제프리 플로큰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글로벌 대표 인터뷰


제프리 플로큰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글로벌 대표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 중 충남 아산시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제프리 플로큰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글로벌 대표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 중 충남 아산시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한국 개농장 출신 개는 미국 보호소에서 셀러브리티(유명인사)입니다. 한국 개가 왔다고 하면 예비 입양자들의 관심이 높아져요. 결과적으로 보호소 내 다른 개들의 입양도 높아지는 '윈윈 효과'가 있습니다."

이달 초 충남 아산시 개농장 폐쇄 현장을 방문한 제프리 플로큰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글로벌 대표의 얘기다. 플로큰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내 개농장 출신 개에 대한 편견이 없어져 결국에는 이들이 해외가 아닌 한국에 입양되길 바란다"며 "개농장, 펫숍,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모두 똑같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HSI가 한국 개고기 시장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건 2013년부터다. HSI는 한국의 경우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다르게 대규모 농장에서 개가 사육되는 특수성이 있음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농장주에게는 전업을 지원하고 개는 해외로 입양시키는 '농장 폐지 캠페인'을 벌였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HSI가 폐쇄한 국내 개농장은 18곳, 해외로 보낸 개들은 2,700마리가 넘는다.

"식용개라는 표현은 사람이 만들어 낸 것"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이 2015년 11월 충남 서산시의 개농장 터에서 철창을 철거하고 있다. 한국HSI 제공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이 2015년 11월 충남 서산시의 개농장 터에서 철창을 철거하고 있다. 한국HSI 제공

2018년부터 HSI 글로벌을 이끌고 있는 플로큰 대표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개식용에 대한 관심이 높고, 개농장 폐쇄 캠페인이 HSI 글로벌 내에서도 주요 프로젝트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방한하는 게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팬데믹(대유행) 때문에 활동가들이 방한하는 것도, 개들을 이동시킬 비행기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HSI는 꾸준히 개농장을 폐쇄해 왔다.

플로큰 대표는 "충남 아산시 개농장을 가보고 그 규모에 놀랐다"며 "뜬장에 갇힌 200여 마리의 개를 도울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개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회복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입양 가족을 찾게 된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개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프리 플로큰 HSI 글로벌 대표와 그의 딸이 한국 개농장에서 입양한 반려견 '츄바카'와 함께 있는 모습. 한국HSI 제공

제프리 플로큰 HSI 글로벌 대표와 그의 딸이 한국 개농장에서 입양한 반려견 '츄바카'와 함께 있는 모습. 한국HSI 제공

플로큰 대표는 식용개라는 단어에 대해 "사람이 만들어 낸 인위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뜬장에서 개들을 꺼내 이동장으로 옮기니 공격성을 보이던 개들도 얌전해지고 심지어 조는 개도 있었다"며 "이들은 이제 식용이 아니라 반려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한국 개농장에서 구조된 '츄바카'를 입양해 기르고 있다"며 "적응 기간이 필요했지만 5개월 정도 지나자 가족 모두의 사랑을 받는 개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동물은 식용으로 기르는데 개는 왜 안 되냐'는 질문에 플로큰 대표는 "어떤 동물도 고통을 당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고기를 적게 먹으면 그만큼 고통 받는 동물 수가 줄어든다"며 "이상적인 것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지만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개식용 금지하는 날 빨리 오길"

충남 아산시의 한 개농장 뜬장 속 개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HSI 제공

충남 아산시의 한 개농장 뜬장 속 개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HSI 제공

플로큰 대표는 "한국이 개식용을 금지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플로큰 대표는 한국HSI가 개식용 문화에 대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결국 한국 내 개식용이 종식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고 있었다. 응답자의 85%는 "개식용 경험이 없거나 앞으로 개를 먹지 않겠다"고 답했고, 56%는 개식용 금지 법제화에 찬성했다.

플로큰 대표는 "HSI가 처음 한국 개농장을 폐쇄할 때만 해도 개식용 금지를 공공연히 언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이제 정치인이나 연예인, 언론도 개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등 한국 내에서도 커다란 긍정적 변화가 있었고, 정부가 개식용 금지를 언급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플로큰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글로벌 대표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 중 충남 아산시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의 출국을 앞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제프리 플로큰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글로벌 대표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 중 충남 아산시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의 출국을 앞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한편 플로큰 대표는 사람의 활동범위가 늘어나면서 미국에서는 야생동물과의 접점이 많아지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퓨마가 소를 공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야생동물과 사람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퓨마를 제거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로큰 대표는 앞으로 HSI가 한국 내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개농장 폐쇄 프로젝트와 함께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통과를 위해 힘쓸 예정"이라며 "이외에 사육곰 구조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협업하는 등 한국에 필요한 이슈를 발굴해 활동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