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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분노' 재현될라... 스위스 정부, CS에 "보너스 지급 금지"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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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정부가 자국 최대 은행 UBS에 인수된 크레디트스위스(CS) 직원들의 상여금(보너스) 수령을 금지하고 나섰다.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가 최대 140조 원대의 정부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정부 정책 탓에 간신히 새 주인을 만난 CS의 '보너스 잔치'는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다. 천문학적 수준의 공적 자금 투입을 두고 가뜩이나 악화한 여론 달래기인 셈인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월가를 점령한 대중의 분노가 재현돼선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CS 직원들 사이에선 "당장 일자리가 위태롭다"는 불만이 퍼지고 있어, CS발(發) 금융 불안의 여진도 계속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CS 측에 직원들의 보너스 지급을 잠정 중단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직간접적인 공적 자금을 지원받은 은행에 대해 보너스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고 명시한 은행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지급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지급이 완료된 보너스는 환수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의 초강수로 볼 만한 이번 조치는 CS를 바라보는 싸늘한 여론과 무관치 않다. 앞서 스위스중앙은행(SNB)은 UBS의 CS 인수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대 1,000억 스위스프랑(약 142조 원)에 달하는 유동성 지원 방침을 정했고, 정부도 90억 스위스프랑(약 13조 원) 규모의 지급 보증을 섰다.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CS 직원들이 보너스를 챙길 경우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할 공산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정부가 은행의 보너스 지급을 중단시키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CS 사태에 대한 반발 여론을 고려한 조치"라고 전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사회민주당은 아예 공적 자금을 수혈받은 대형 은행의 급여 상한선을 정하고 모든 보너스 지급을 금지하는 법안마저 내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돈 잔치는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8~2009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킨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공적 자금으로 연명한 부실은행들이 벌인 거액의 보너스 잔치는 '반(反)월가 시위'의 발단이 됐다.
그러나 CS 직원들도 할 말은 있다. 이들은 "보너스는 고사하고 일자리 자체를 위협당하는 처지"라고 토로하고 있다. UBS의 인수 이후 고강도 구조 조정이 예상되며, 따라서 실직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다. 지난해 말 기준 UBS와 CS의 직원 수를 합하면 12만5,000명에 달한다. 두 은행의 사업 부문이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CS가 이미 직원 9,000여 명의 해고 절차를 진행 중이었던 만큼 향후 감원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위스 싱크탱크 'BAK 이코노믹스'는 두 은행의 합병으로 양사 임직원 1만2,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UBS 기존 사업부와의 업무 중복에 대한 CS 직원들의 우려가 특히 크다"며 "최근 글로벌 채용 담당자들에겐 새 일자리를 찾는 (전현직) CS 임직원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노동조합총연맹(SGB)은 정부에 일자리 유지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대규모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UBS와 CS가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SGB 산하 은행 노조인 스위스은행원연합회는 "두 은행으로선 잔혹한 감원을 피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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