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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투 276억 개 썼다…팬데믹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 폭증

입력
2023.03.22 16:57
수정
2023.03.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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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

2020년 6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자원순환센터 야적장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2020년 6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자원순환센터 야적장에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한국인은 276억 개의 비닐봉투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배달 증가로 플라스틱 폐기물 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그린피스와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발간했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자료를 분석해 코로나19 전후의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현황을 처음으로 분석한 연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1,193만2,000톤으로 2017년(793만1,000톤)에 비해 49.5%나 증가했다. 특히 식음료 플라스틱 포장재 등을 포함한 생활계 플라스틱폐기물은 468만2,000톤으로 2010년보다 2.6배 늘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간편식과 배달음식,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한 '기타 폐합성수지류' 폐기물 발생량은 2019년 하루 평균 715톤이었지만 2021년에는 1,292톤으로 80.6%나 늘었다.

2020년 대한민국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 그린피스 제공

2020년 대한민국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 그린피스 제공

자주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2020년 연간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1년간 사용되고 버려진 생수 페트병은 약 56억 개였다. 병당 지름을 10㎝로 가정해 세우면 지구를 14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버려진 비닐봉투는 276억 개로, 20L 종량제 봉투라 가정할 경우 서울시를 13번 이상 덮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컵은 53억 개, 플라스틱 배달용기는 173억 개가 폐기됐다. 무게로 따지면 87만3,833톤으로 전체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20%를 차지한다.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있지만 재활용되는 것은 일부다. 2021년 국내 플라스틱의 물질재활용률은 약 27%였다. 이는 건설·사업장에서 배출된 것까지 포함한 수치로, 생활계 플라스틱만 따지면 물질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소각되고 있는 것인데, 2020년 국내에서 소각 처리된 플라스틱 약 260만 톤에서 나온 온실가스는 약 520만 톤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으로 추정된다. 500메가와트(MW)급 석탄화력발전소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의 2.6배에 달한다.

이 같은 속도로 플라스틱 소비가 늘어날 경우 2030년 생활 폐기물 중 플라스틱 발생량은 2010년의 3.6배인 약 647만5,000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교수는 "한국은 유럽연합이나 캐나다 등과 달리 일회용 플라스틱만을 겨냥한 구체적인 감축 전략이나 규제가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생산 및 사용을 제한하거나 소비를 억제하는 등 보다 강화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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