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위기 채권시장으로 확산... "국내은행, 비교적 안전"

입력
2023.03.21 18:00
수정
2023.03.22 10: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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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옵션 도래 4대 지주 AT1 2조 원
"수요 감소→차환 실패 가능성 낮아"
국민연금 "CS AT1 보유액 없다"

국내 4대 은행의 간판. 연합뉴스

국내 4대 은행의 간판. 연합뉴스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 합병의 불똥이 신종자본증권(AT1) 시장에 옮겨붙었다. 국내 금융지주·은행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투심 악화로 인한 차환(만기 후 재발행) 실패'인데 현재로선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21일 국내 4대 금융지주·은행(KB·신한·우리·하나)에 따르면, 이날부터 연말까지 조기상환권(콜옵션) 기일이 도래하는 원화 AT1은 총 1조5,960억 원이다. 신한금융그룹의 5억 달러 규모 외화 채권까지 더하면, 2조2,500억 원 규모(이날 환율 1,311원 기준)의 채권이 '사실상' 만기를 앞두고 있다. KB는 지주사와 은행 모두 연내 콜옵션 행사일이 없다.

AT1은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가치를 0으로 만드는 것)된다는 조건이 붙어, 조건부자본증권 또는 영어 앞 글자를 따 '코코본드'라고 한다. 자본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건전성 규제 비율을 맞춰야 하는 금융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만기가 없거나 30년으로 길어 금융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최소 5년 단위로 상환받을 수 있도록 콜옵션을 준다. 콜옵션 기일이 사실상 만기인 셈이다. 지난해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시장이 위험하다"는 신용 불안이 퍼진 바 있다.

AT1 시장에 다시 '본드런(채권 연쇄 매도)' 불안이 가중된 것은 CS가 발행한 23조 원 규모의 채권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면서다. 상각 규모로 역대 최대다. "은행은 대마불사가 아니다. 채권자도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주식보다 채권이 안전하다'는 통념을 깬 결정이라 채권시장이 공황에 빠졌다. 타 은행의 AT1도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불안에 19, 20일 유럽·아시아 AT1 가격이 대폭 내렸다.

현재 국내은행의 AT1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은행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과 연관성이 크지 않고, 채권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연초 대비 큰 변동이 없어 콜옵션 행사 및 차환 발행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DS는 금융사 부도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인데 프리미엄이 붙을수록 위험도가 높다는 뜻이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평균 CDS프리미엄은 지난해 말 0.56%에서 17일 0.45%로 0.11%포인트 줄었다. 반면 은행 위기 직격탄을 맞은 미국과 유럽 은행은 0.2%포인트, 0.19%포인트씩 상승했다. 4대 지주·은행의 AT1은 대부분 만기가 3, 4분기에 몰려 있어 현재의 불안감이 반영될 가능성도 낮다.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공동성명 이후 채권 불안은 일시 소강 상태다. "주식이 손실을 흡수하는 첫 번째 상품이며, 이를 완전히 사용한 후에 AT1을 상각해야 한다"는 발표에 전날 유럽 은행주들은 하락폭을 줄이거나 반등 마감했다. 코스피시장의 한국 은행주들도 상승 마감했다. 전날 6% 이상 폭락한 홍콩 은행주들도 이날 오후 4시 2% 안팎 상승 중이다.

다만 불안심리는 언제든 옮겨붙을 수 있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이날 "CS AT1 보유액은 0원"이라고 먼저 발표한 것도 불안 요소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단은 "보유 중인 CS 채권 중 1,354억 원은 유사시 먼저 변제받을 수 있는 선순위채권이고, 나머지 5억 원의 후순위채권은 상각된 AT1이 아닌 T2 채권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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