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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지원에도... 'SVB발 위기' 퍼스트리퍼블릭 주가 하루 만에 반토막

입력
2023.03.21 08:10
수정
2023.03.2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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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신평사에서 모두 '투자부적격' 판정
2주새 주가 10분의 1로... 추가 구제 논의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점 모습. 최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이 은행도 현재 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쿠퍼티노=연합뉴스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점 모습. 최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이 은행도 현재 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쿠퍼티노=연합뉴스

미국의 중소 지역은행으로 최근 재정난에 빠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주가가 단 하루 만에 50% 가까이 폭락했다. 세계적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일주일 만에 두 차례나 낮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의 주식은 이날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47.11% 떨어진 12.18달러(1만5,9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 주가가 30% 급락한 데 이어,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전인 8일 종가(115달러)와 비교하면, 약 2주 만에 주가가 10분의 1 수준이 됐다.

NYT는 퍼스트리퍼블릭 고객들의 대규모 인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뉴욕 월가가 직접 지원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대형은행 11곳이 마련한 총 300억 달러(약 39조 원)의 긴급자금에도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NYT는 “퍼스트리퍼블릭은 ‘프라이빗 뱅킹(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에 주력해 온 은행”이라며 “고액 자산가들의 예금이 많아 쉽게 이탈할 우려가 예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가 급락은 국제 신용평가사가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한 번 더 하향 조정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전날 S&P는 이 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BB+’에서 ‘B+’로 3단계 낮추며 추가 강등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난 15일 종전의 ‘A-’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4단계 하향 조정한 것을 감안하면, S&P가 일주일 사이 신용등급을 두 번 내린 것이다.

S&P는 “월가 대형은행들의 지원이 단기적인 유동성 압박은 피할 수 있어도 사업, 유동성, 자금조달,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피치’와 ‘무디스’도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은 이제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모두에서 투자부적격 판정을 받은 셈이 됐다.

대형 은행들은 추가 구제 논의에 나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을 주축으로 월가가 다시 모였다”라며 “대형 은행들이 직접 자본투자를 하거나, 퍼스트리퍼블릭을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그간 퍼스트리퍼블릭과 동반 하락했던 미국 지역 은행들의 주가는 반등했다. 트레이크시티의 자이언츠 뱅코프의 주가는 0.80%, 클리블랜드의 키코프 주가는 1.21% 상승했다. 댈러스의 코메리카 주가도 2.25% 올랐다. 파산설이 제기됐던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자국 최대 금융기관인 UBS에 인수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된 탓으로 풀이된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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