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술 1급 발암물질'이란 사실 모른다

입력
2023.03.20 18:09
수정
2023.03.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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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발암물질인지 안다' 술은 33.6% 담배는 88.5%
술에 관대한 한국… 18% "술 한두 잔 건강에 좋아"

19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시민이 위스키 등 주류 진열대에서 술을 고르고 있다. 뉴스1

19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시민이 위스키 등 주류 진열대에서 술을 고르고 있다. 뉴스1

국민 10명 중 7명은 아직도 술이 '1급 발암물질'이란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국민 5명 중 1명은 '술 한두 잔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국립암센터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대국민 음주 및 흡연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27일부터 11월 22일까지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응답자의 33.6%만 '술이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66.4%는 '모른다'고 했다. '담배가 1급 발암물질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이 88.5%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1급 발암물질이란 점을 몰라서인지 국민 대부분 술 한두 잔 정도는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9%는 '한두 잔은 건강에 영향이 없다'고 답했고, '한두 잔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18%나 됐다. '건강에 해롭다'는 응답 비율은 34%에 그쳤다. '본인의 음주가 건강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응답도 65.9%에 달했다.

"많은 음주 장면에 청소년 음주 시작 빠르고 20·30대는 폭음"

국립암센터가 21일 발표한 '대국민 음주 및 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 중 '음주 행태 및 인식' 결과. 국립암센터 제공

국립암센터가 21일 발표한 '대국민 음주 및 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 중 '음주 행태 및 인식' 결과. 국립암센터 제공

실제 응답자의 89.2%는 '술을 좋아해서 마신다'고 답했다. 음주의 주된 이유를 물었더니 64.4%가 '술자리를 좋아한다'고 했고, 24.8%는 '술 자체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술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마신다'는 응답은 8.8%였다. 과음의 기준이 되는 음주 횟수에 대해선 37%가 '거의 매일' 마신다고 했고, '주 2, 3회' 마신다는 비율은 44.7%였다. 이번 조사 결과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음주자 비중이 높았고, 음주 빈도는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높았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일수록 한 번 마실 때 10잔 이상 과음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암센터는 이에 대해 "해외에 비해 음주 규제가 덜하며 음주에 대해 관대한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디어 등 대중매체를 통해 음주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청소년의 음주 시작 시기도 빨라졌고, 술 소비가 촉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달리 프랑스와 스웨덴은 술에 대한 TV·라디오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노르웨이와 핀란드, 스페인은 알코올 도수 15~22% 이상의 술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25세 이하 모델은 주류 광고에 출연하지 못한다. 서홍관 암센터 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은 소량의 음주도 하지 않는 게 좋고, 암을 예방하려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안내한다"고 강조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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