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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석 30분도 급여 공제"... '갑질 호소' 사망 경비노동자의 끝나지 않은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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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경비노동자가 관리사무소장의 ‘인사 갑질’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 발생 엿새째인 20일 고인의 동료 전원이 모여 관리소장 퇴진을 요구했다. ‘초단기 계약’이 횡행해 노조 결성이 쉽지 않은 경비업계에서 보기 드문 집단행동이었다.
이날 오전 9시 해당 아파트 경비원 74명은 단지 정문 앞에서 “간접살인자 관리소장 A씨를 즉각 해임할 것을 입주자대표회의에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밤샘근무를 마친 이도, 근무 중인 경비원들도 전부 참여했다. 아파트 경비대장은 “A소장은 착실히 10년간 근무한 경비반장(B씨)을 죽음으로 내몰고 모든 경비원을 고용불안에 떨게 했다”며 “퇴진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입장문 발표 후 B씨가 생전 근무했던 초소까지 행진도 했다.
입주민들도 힘을 보탰다. 1,034가구 중 절반에 가까운 약 490가구가 관리소장 교체 희망 청원서에 서명했다. 경비원들이 B씨 유족을 위해 설치한 모금함에는 778만6,250원이 모였다. 입주민들이 자체 개설한 온라인계좌에도 조의금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B씨 사망 직후 경비원들이 관리소장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가 철거된 자리엔 입주민들이 새 현수막을 내걸었다.
A씨는 경비원들이 왜곡된 주장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B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책임은 상급자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경비대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인사 갑질 비판도 “소장이 아파트와 협의해 경비원 인력을 교체할 수 있도록 계약한 만큼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런 계약 자체가 철저히 약자의 위치에 놓인 경비원들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관리사무소→경비업체→경비용역업체→경비원’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원하청 계약 구조다. 얼마 전 경비용역업체가 바뀐 뒤에는 경비원들이 3개월짜리 초단기 근로계약을 새로 맺었다. 근로계약서에 퇴직금을 늦게 지급해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도 드러났다.
한 경비원은 “지난해 말 A소장 부임 후 15명이나 그만뒀고 이 중 2명은 B씨가 사망하자 사임했다”며 “이게 뭘 의미하는 것이겠느냐”고 반문했다. 17일 관리사무소 측은 이달까지인 경비대장 계약도 연장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경비용역업체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경비원은 “관리사무소는 근무조 경비원들이 집회에 참여한 30분도 급여에서 공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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