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파산 위기' CS 인수로 급한 불 껐지만... "위험 신호 여전"

입력
2023.03.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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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대은행, 4조2300억 원에 CS 인수
미·유럽 은행 위기 지속, 아시아 증시도 하락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UBS(왼쪽) 본사와 크레디트스위스(오른쪽) 사옥의 모습. 취리히=EPA 연합뉴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UBS(왼쪽) 본사와 크레디트스위스(오른쪽) 사옥의 모습. 취리히=EPA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우려됐던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가까스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스위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CS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 일부 은행의 유동성 위기 징후는 여전하고, 아시아 증시도 계속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를 긴장케 하고 있는 금융 불안 사태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낙관하기엔 아직 이른 셈이다.

스위스 정부 '최대 141조 원' 지원 약속… UBS "CS 인수" 결정

19일 스위스 베른에서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계약을 마친 콜름 켈러허(오른쪽) UBS 회장과 엑셀 레만 CS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베른=AFP 연합뉴스

19일 스위스 베른에서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계약을 마친 콜름 켈러허(오른쪽) UBS 회장과 엑셀 레만 CS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베른=AF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UBS는 이날 30억 스위스프랑(약 32억 달러·4조2,300억 원)에 CS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기준 CS 시가총액 74억 스위스프랑(약 10조4,00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CS 인수로 UBS는 최대 50억 스위스프랑(약 7조 원)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그럼에도 UBS가 CS 인수를 최종 결정한 데에는 스위스 금융당국의 지원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위스 연방정부와 금융감독청(FINMA),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UBS가 CS 인수를 머뭇거리자 최대 90억 스위스프랑(12조7,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장의 손실분이 막대한 만큼, 인수 금액의 3배를 먼저 제공해 준 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이를 포함, 최대 1,000억 스위스프랑(약 1,077억 달러·141조 원)의 유동성 지원 방침도 밝혔다. FINMA는 "두 은행의 모든 사업 활동은 차질 없이 지속될 것이며, 각각의 고객과 금융시장의 안정성도 보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UBS는 향후 CS 운영의 큰 그림도 공개했다. 우선 CS의 투자 부문을 축소하되, CS 인력 감축 여부에 대해선 천천히 판단하기로 했다. UBS·CS 통합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랄프 해머스 현 UBS CEO가 맡는다.

위기 재발 가능성 여전… ECB "유럽 해결 능력 충분"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한 지점 모습.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한 지점 모습.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CS발(發) 금융위기는 일단 가라앉았으나,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예컨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국제사회의 유동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 금융권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현재 유럽의 주요 은행 2곳 이상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염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유럽 은행은 미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ECB)이 더 강력한 지원책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아시아 증시 역시 휘청거렸다. 20일 홍콩의 항셍지수는 2.65%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는 1.42%, 한국 코스피는 0.69%, 호주의 ASX지수도 1.38%씩 각각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아시아 각국에서 나온다는 방증이다.

시장 혼란이 이어지자 ECB는 '달래기'에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은행권은 회복력이 충분하다"며 "유럽은 필요시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통화정책의 순조로운 전파를 지키는 정책 수단을 완전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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