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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엔 마스크로 꽁꽁 무장, 사람 뜸해지자 서서히 '노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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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 지하철이 도착하자 출근길 직장인들이 출입문 밖으로 물밀듯 쏟아져 나왔다. 거의 마스크를 쓴 얼굴이었다. 1시간 가까이 관찰한 결과, ‘노 마스크’는 10명 중 1명꼴도 되지 않았다. 몇 안 되는 마스크 미착용자 최예니(26)씨는 “언젠가는 마스크 없는 세상이 오지 않겠느냐”면서도 “회사 교육 중에는 써야 해서 예비 마스크를 챙겨오긴 했다”고 말했다.
꼭 888일 전인 2020년 10월 13일 정부는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마스크를 쓰라고 강제했다. 정부 지침이 길었던 탓일까. 마스크 의무화 해제 첫날 시민들은 쉽게 마스크와 이별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이유도 있고, 오래된 습관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공교롭게 이날 미세먼지 농도까지 치솟아 야외에서도 마스크 차림의 시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대중교통 밀집도가 높은 출근길엔 노 마스크족(族)이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초등학교 보건교사 A(30)씨는 “아직 코로나19에 한 번도 안 걸려 뒤늦게 학생들에게 감염시킬까 봐 마스크를 챙겨 썼다”고 말했다. 시민 주정오(62)씨도 “마스크 착용을 통해 여러 호흡기 질환을 막는 효과를 봐서 당분간 벗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마스크 착용 자율화 소식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가 눈치가 보여 고민하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오늘부터 전면 해제라 벗고 나왔다가 사람들을 보고는 급하게 가방에 있는 비상용 마스크를 꺼냈다”고 멋쩍어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대기 질이 악화한 것도 마스크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을지로입구 인근으로 출근하던 조모(27)씨는 “평소엔 얇은 비말마스크를 썼는데 미세먼지가 심해 오래 보관하던 KF94 마스크로 바꿔 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버스ㆍ지하철이 한산해지고 기온도 크게 오른 오후가 되자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오후 1시 30분 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을 출발한 열차 객차를 둘러보니 40여 명 중 8명이 민얼굴이었다. 휴대폰 게임에 열중하던 이모(46)씨는 “숨 쉬기가 한결 편하다. 이제야 일상이 회복되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공덕역 승강장에서 만난 김규형(40)씨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만큼은 마스크를 꼭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번거로웠는데, 의무에서 자율로 바뀌어 부담이 훨씬 덜 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3년 가까이 마스크 착용을 두고 승객과 실랑이를 해야 했던 대중교통 기사들도 의무 해제를 크게 반겼다. 서울 용산공영차고지에서 만난 버스기사 김모(48)씨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면 시비를 거는 손님이 많았다”면서 “괜한 감정 싸움을 하지 않게 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안경에 습기가 금세 차는 등 마스크는 장시간 운전하는 기사들에게도 사실 불편한 존재였다. 기사 박모(47)씨는 “아직은 대다수 기사들이 마스크를 쓰고 일하지만, 조만간 기사도 승객도 마스크를 벗고 밝게 인사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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