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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위기 '미국→유럽→홍콩' 번져... "미 금리 3월 이후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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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은행 위기가 유럽을 거쳐 아시아 시장으로 퍼졌다. 20일 홍콩 항셍 지수는 은행주들의 폭락으로 장중 3%대로 떨어졌다. 금리 인상의 파장이 은행 위기로 확산된 만큼 23일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5% 급락한 19,000.71로 마감했다. 한때 19,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일단락된 줄 알았던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의 여파다. UBS와 CS의 합병 과정에서 스위스 금융당국이 CS가 지닌 약 23조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의 가치를 '제로(0)'로 책정(상각)하도록 했던 게 불씨가 됐다.
AT1는 은행들이 자본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은행 재무가 악화했을 때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통상 주식보다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CS의 AT1가 휴지조각이 되자, 다른 은행들이 발행한 AT1도 위험할 수 있다는 불안이 퍼졌다. 유럽 시장에선 특히 독일 도이치방크 AT1이 14펜스 이상 하락했다.
아시아 은행이 발행한 AT1도 흔들렸다. 홍콩상하이은행(HSBC) AT1은 5센트 이상, 홍콩 뱅크오브이스트아시아, 태국 카시콘은행 AT1도 장중 8.6센트, 4.3센트씩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선 HSBC(-6.2%), 스탠다드차타드(-7.3%) 등 은행주가 폭락했고 '금융허브' 홍콩 항셍의 피해로 이어졌다. 이는 다시 오후 개장한 유럽 증시에서 은행주 투심 악화로 번졌다.
그럼에도 시장은 23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미국 선물시장에 반영된 '0.25%포인트 인상(베이비스텝)' 전망은 간발의 차이로 '동결'(49.8%)을 앞선 50.2%로 나타났다. 베이비스텝 전망엔 인건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주거비 제외 서비스물가(super core·초근원물가)가 상승폭을 0.36%에서 0.5%로 확대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반영돼 있다. "급격한 정책 변화는 시장에 잠재적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는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며 긴축 유지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종금리에 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새 점도표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은행 위기 이후 "한 차례의 베이비스텝 이후 6월 또는 7월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게 시장의 합치된 견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종금리 5.25% 전망이 유지되거나 소폭 상향 조정될 경우 금융시스템 불안이 증폭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종금리가 낮춰지더라도 은행 위기 때문에 강한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비관했다.
'베이비스텝'과 '동결'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 이날 오전 한국 시장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낮은 3.3%대(국고채 3년물)를 기록했다. 미국의 긴축 강도가 약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여파가 아시아 시장으로 전이된 만큼, 다수가 "당분간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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