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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핵탄두 800m 상공에서 터뜨린 北... 南 대도시 겨냥해 피해 최대화 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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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모의 핵탄두를 실어 800m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시연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혈통'의 상징인 딸 주애는 이 장면을 지켜봤다. 북한이 SRBM의 상공 폭발 실험을 하면서 구체적 고도까지 밝힌 건 처음이다. 한미일 3개국이 안보 공조를 강화하며 대북 억제력을 키워가자 북한도 "언제든 핵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며 역량을 과시한 모양새다. 한반도의 강대강 대치 구도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들은 지난 18~19일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관한 가운데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했다. 통신은 이번 훈련이 전술핵 운영의 숙련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일선 부대가 이미 실질적 핵공격능력을 보유했으며 숙련도 향상을 위한 종합훈련이 필요한 단계임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군의 이번 훈련은 핵반격의 모든 과정을 시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훈련은 크게 △김 위원장의 핵공격 명령을 일선 부대에 신속하게 하달해 준비시키는 첫째 날 훈련 △지휘받은 대로 전술탄도미사일을 실제 발사해 원하는 고도에서 기폭시키는 둘째 날 훈련으로 나눠 진행됐다. 김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지금껏 SRBM을 발사해 제대로 날아가는지 또는 정상 폭발하는지만 검증해왔다"면서 "김정은의 명령부터 탄도미사일 발사와 비행, 기폭 등 전 과정을 시연한 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핵 보유 국가라는 사실만으로는 전쟁을 실제적으로 억제할 수가 없다"면서 "실지 적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언제든 적이 두려워하게 신속 정확히 가동할 수 있는 핵공격 태세를 완비할 때라야 전쟁 억제의 중대한 전략적 사명을 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훈련의 '결정적 순간'은 19일 오전 진행한 전술탄도미사일의 핵폭발조종장치 및 기폭장치 작동 시연이었다. 모의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이 사전 입력한 높이에서 정확히 터지는지 실험해 성공했다는 뜻이다. 국내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날 북한이 발사한 기종은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된다. 이 미사일에는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북한 측은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된 전술탄도미사일을 800㎞ 사거리에 설정한 동해 목표 상공 800m에서 공중폭발시켜 핵탄두부의 핵폭발 조종장치와 기폭장치의 동작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미사일의 실험용 탄두부를 공중폭발시켜 핵탄두의 실전 사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에서 '800m'라는 고도에 주목한다. 핵무기의 폭발력을 최대화해 우리 측 피해를 키울 수 있는 높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800m 공중폭발을 통해 '우리의 대도시를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전술핵미사일이든 전략핵미사일이든지 500~1,000m 상공에서 폭발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핵무기의 지상 폭발은 보통 지하 군사시설 등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는 반면 공중폭발은 파괴력을 최대화해 피해를 확산시킬 때 활용한다. 특히 건물이 많은 도심에 적합한 공격 방법이다. 실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서도 미군은 15㏏급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고도 570m에서 폭발시켰고 14만명이 사망했다. 나가사키를 공격한 ‘팻 맨’도 500m 상공에서 폭발했다. 다만, 북한의 핵무기 위력은 미국이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한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의 사거리가 800㎞에 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800㎞를 날아갈 수 있다면 킬체인(우리 군의 북한 선제공격 전략)이 제한되는 북중접경지역에서 발사해도 한반도 전역을 사거리에 둘 수 있다"면서 "원산에서 발사한다면 일본 본토까지도 미사일이 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미사일 발사가 사일로(지하 원통형 시설)에서 이뤄진 정황도 확인됐다. 통신이 공개한 발사 사진을 보면 화염과 연기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V자 모양으로 솟구쳤기 때문이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이동형발사대(TEL)로 쏘면 한 발씩 발사해야 해 TEL 수가 곧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의 표적 수가 되지만 사일로를 갖추면 이를 대폭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국방당국은 북한의 '모의 핵탄두 공중폭발 시연' 주장에 주목하면서도 과장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기폭장치까지 미사일에 장착해서 테스트했다고 하는데 최근 북한의 행동을 보면 사실관계와 약간 다른 과장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향한 핵 위협이) 완비됐다고 주장을 하는 것인데 검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향후 도발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는데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상각도(30~45도) 발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은 고각으로만 시험발사해왔다.
또,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KN-23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차 핵실험을 통해 소형화한 핵탄두의 위력을 검증하고 공개적으로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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