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보다 SKY 모집정원 4% 늘고 지방대 10% 감소… "상위권대 진학 쉬워져"

종로학원, 2013·2023학년도 권역별 대학 모집정원 비교 분석
상위권 선택지 늘어나 전반적 입시 문턱 낮아져
서울·수도권 쏠림 가속화에 지방대 모집인원 감축 효과 미미

2023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2022년 12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이 수능 성적표를 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최근 10년간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대학들이 모집정원을 감축하고 있는데, 지역별 편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대학들은 오히려 모집 정원이 늘었다. 대학 간 격차는 더 벌어졌고, 상위권 대학 쏠림 현상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생 수는 2013학년도 62만1,336명에서 2023학년도 44만7,669명으로 28%(17만3,667명)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모집정원 감축은 지방대에 집중됐다. 이 기간 동안 전국 4년제 일반대의 모집정원은 37만4,820명에서 34만9,124명으로 6.9%(2만5,696명) 줄었는데, 이 중 지방대 비중이 95%(2만4,391명)에 달했다. 지방대가 모집정원의 10.2%를 줄인 반면 수도권은 1.9%(927명), 서울권은 0.4%(378명) 줄이는 데 그쳤다.

오히려 주요 대학들은 모집인원이 늘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대학의 모집정원은 10년 동안 3.8%(423명) 늘었다. 여기에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 주요 10개 대학으로 범위를 넓히면 증가율은 4.5%(1,376명)로 더 올라간다. 종로학원은 주요 대학의 모집 정원이 증가한 이유로 의학전문대학원의 학부 전환, 계약학과 정원 외 신설 등을 꼽았다.

주요 대학들의 정원 확대 외에도 상위권 학생들의 선택지는 더 늘었다. 2019년 이후 의학전문대학원의 학부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의치한약수'로 불리는 의약학계열 선발인원은 2013학년도 2,980명에서 2023학년도 6,596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포항공대, 한국에너지공과대 및 과학기술원 4개교(한국·울산·대구경북·광주) 등 이공계 특성화대학 모집인원도 같은 기간 1,280명에서 2,160명으로 880명(68.8%) 증가했다.

상위권 학생들의 진학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입시 문턱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이는 수험생들의 서울·수도권 대학 선호 강화로 이어진다. 결국 지방대는 정원을 감축하고도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령인구 감소, 상위권대 모집 인원 증가, 수능 고득점자 감소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해 예전 같으면 지방권 대학에 진학했을 3, 4등급대 학생들까지 상위권 대학 정시 모집에 합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