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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야 믿고 맡긴다"... SVB 파산 후 미국 대형은행에 현금 '확 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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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미국 대형은행들에 돈이 몰리고 있다. 예금자들이 보다 안전한 금고를 찾아 뉴욕 월가의 대형은행으로 향하면서다. 파산한 SVB와 뉴욕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장하겠다고 미국 정부가 공언했지만,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이미 상당 부분 무너졌다는 뜻이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 대형은행에 최근 수백억 달러 규모 예금이 유입됐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oA에만 예금 150억 달러(약 19조5,000억 원)가 늘어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확산을 막고자 “SVB·시그니처의 예금 전액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중소형 은행 예금주들을 안심시키지 못한 것이다. 공화당 소속인 제임스 랭크포드 미 상원의원은 “중소형 은행들이 파산한다 해도 정부는 SVB·시그니처 등 큰 은행에 준하는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VB·시그니처의 예금 전액 보장은 오히려 대형은행으로 갈수록 안전하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14위 규모 대형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까지 연쇄 뱅크런 위기에 몰린 것, 또한 정부가 아닌 다른 대형은행들이 이 은행을 구제한 것 역시 시장의 대형은행 쏠림 심리를 자극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 16일 대형은행 11곳이 마련한 긴급자금 300억 달러(약 39조 원)로 간신히 숨을 돌렸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위기를 촉발한 대형은행들이 이번에는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등 금융당국 인사들은 공동성명에서 “미국 은행 시스템의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믿을 건 정부가 아닌 대형은행"이라는 시장의 믿음이 더욱 굳건해진 측면도 있다.
대형은행에 예금이 계속 몰리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중소형 은행 예금이 대형은행에 모이고, 그 돈이 중소 은행 회생용 자금으로 다시 투입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며 “중소형 은행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짚었다. 고객과 예치금을 잃은 중소형 은행이 연쇄 도산하면 금융위기기가 그야말로 폭발할 수 있다. “대형은행의 시장 장악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대형은행들의 도덕적 해이와 부패 문제가 극심해질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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