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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뇌 줄기세포 이식해 파킨슨병 치료길 열어

입력
2023.03.19 10:00
수정
2023.03.20 09: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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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뇌 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태아 뇌 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태아 뇌 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파킨슨병은 중뇌(中腦·midbrain)에서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돼 생기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몸이 경직되고, 손이 떨리며, 걸음걸이가 느려진다. 약물이나 뇌에 전극을 넣어 전기적 자극을 통해 신경을 조절하는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등으로 치료하고 있지만 근본적 치료는 어렵다. 국내 환자는 13만 명(2020년 기준)이 있다.

이에 차의과학대 연구팀(정상섭ㆍ김주평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 문지숙 바이오공학과 교수)은 태아 중뇌 조직 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신경 전구세포(dopamine neuronal precursor cell)’를 만들어 대량 증식했다.

연구팀은 대량 증식된 도파민 신경 전구세포를 70세 이하 파킨슨병 환자 15명에게 뇌 수술 첨단 기법인 뇌 정위(定位) 수술로 두개골에 지름 1㎝ 정도의 구멍을 뚫어 줄기세포를 대뇌 피각부에 주입했다. 투여 세포 수에 따라 저용량·중용량·고용량(각 5명)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연구팀은 이들을 12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운동 기능 평가 지표(UPDRS·Unified Parkinson’s Disease Rating Scale)'에서 저용량 그룹은 11.6%, 중용량 그룹은 26%, 고용량 그룹은 40% 좋아졌다.

줄기세포를 더 많이 이식할수록 파킨슨병 증상이 더 호전된 것이다. 출혈, 면역 거부, 염증, 종양 형성 등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아 안정성도 확인했다.

이미 20년 전부터 유럽ㆍ미국 등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돼 치료 효과가 크게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았다.

태아 중뇌에서 유래한 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신경 전구세포를 만들어 환자 뇌 속에 이식하는 ‘세포 대체 치료(cell replacement therapy)’가 파킨슨병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파킨슨병 환자 1명을 치료하는데 6~10명의 태아 뇌 조직이 필요해 윤리ㆍ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한계가 있었다.

이에 문지숙 교수팀은 2005년부터 요하네스 슈바르츠 독일 라이프치히대 신경과 교수, 김광수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1명의 태아 중뇌에서 유래한 도파민 신경세포로 5,000~5만 명의 치료 분량을 대량 증식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파민 신경 전구세포를 대량 생산한 뒤 이번에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를 적용해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김주평 교수는 “임상 연구를 통해 도파민 신경 전구세포 이식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능력 향상을 확인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운동 장애(Movement Disorders, IF: 10.34)’ 최신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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