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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납치' 체포영장 받은 푸틴, 보란 듯 '아동 센터' 찾았다

입력
2023.03.19 08:24
수정
2023.03.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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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병합 기념해 직접 방문
NYT "체포영장도 행동 못 바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과 함께 18일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어린이 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세바스토폴=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과 함께 18일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어린이 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세바스토폴=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9주년에 크림반도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우크라이나 어린이 수만 명을 러시아로 납치한 전쟁 범죄로 그에게 체포영장 발부를 결정한 지 하루 만에 보란 듯이 '어린이 센터'를 찾았다.

"우리 대통령은 놀라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화상회의로 보고할 준비를 하는 와중에 대통령이 직접 오셨다. 스스로 운전대를 잡고 왔다. 역사적인 날, 대통령은 늘 세바스토폴과 함께한다."

러시아가 임명한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1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크림반도 방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서남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이후 직접 차를 운전해서 도착했는데, 이 모든 과정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러시아 현지 방송사가 영상을 공개한 이후에야 세간에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에도 크림대교 복구 공사 현장에 차를 몰고 찾아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날 대통령의 방문은 표면적으로 크림반도 병합을 기념하기 위해서지만 속내는 ICC의 결정에 대한 불만과 정면돌파 의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목적지도 심상치 않다. 그는 크림반도에서 이날 개교한 '코르슌 아동 센터'를 찾았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러시아 납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인 2015년 5월 설립을 지시한 이 시설은 최대 300명의 어린이를 수용할 수 있다.

이 시설의 용도는 명확하지 않으나,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서 데려온 어린이를 러시아로 이동시키는 '통로'로 쓰이는 만큼 아동 센터 역시 같은 목적일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전조가 된 크림반도의 아동 센터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의 모습은 체포영장이 그의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날에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마리우폴을 찾으며 지배력을 과시했다. 마리우폴은 도시 인프라 90%가 파괴되고 45만 명에 이르던 인구가 대부분 도시를 떠나는 등 82일간의 격전 끝에 지난해 5월 러시아에 함락됐다. 이는 전쟁 시작 이래 푸틴 대통령이 전선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순간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쟁터 곳곳을 누비며 격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부분 크렘린궁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크림반도를 찾은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두고 "푸틴 대통령이 눈에 띄게 다리를 절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수시로 제기돼 왔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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