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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틴', 심근경색·협심증 예방에는 좋은데…

입력
2023.03.20 18: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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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교수의 심장 건강]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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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환은 심혈관 질환이었다. 병태 생리가 비슷한 뇌혈관 질환을 포함해 심ㆍ뇌혈관 질환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전에는 서구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겼지만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질환이 됐다. 통계청 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10만 명당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이는 2001년 33.9명에서 2021년 65.1명으로 현저히 증가했다. 심ㆍ뇌혈관 질환 전체를 보면 10만 명당 121.5명에 달해 암 사망률 161.1명에 근접하고 있다.

반면 심장병의 본고장인 서구에서는 심혈관 질환이 오히려 감소세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 유병률이 2009년 6.2%에서 2018년 5.5%로 감소했으며, 사망률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3.7%, 그 이후 매년 0.7%씩 줄어들고 있다.

심혈관 질환 유병률과 사망률이 동시에 감소하는 배경에는 금연, 식이ㆍ운동 요법을 포함한 생활 습관 변화, 스텐트 시술 같은 치료법, 새로운 약물 등이 있다.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혈관을 해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1994년 세계 최고의 의학 학술지인 랜싯(Lancet)에 ‘스타틴’이란 약물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심근경색ㆍ협심증 같은 심혈관 질환자에게 스타틴을 처방하면 관상동맥 질환으로 인한 사망뿐만 아니라 전체 사망자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그 이후 수많은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는 한결같이 스타틴이 관상동맥 질환 위험을 줄인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예방 효과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은 심근경색 환자는 물론 콜레스테롤이 평균적이거나 그 이하인 고령 환자에게서도 관찰할 수 있었다. 심지어 관상동맥 질환도 없고 콜레스테롤이 정상일 때도 스타틴이 관상동맥 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덧붙여 2002년 랜싯에 이미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00㎎/dL로 낮더라도 스타틴 사용이 전체 사망과 심혈관 질환, 뇌졸중 발생을 줄인다는 보고가 나왔고 2021년 미국의사협회지인 JAMA의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스타틴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할까? 스타틴 사용이 늘면서 눈에 보이지 않던 부작용도 나타났다. 간이나 근육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가장 큰 부작용은 혈당 증가 즉 당뇨병 발생이었다. 논란 끝에 결국 미 식품의약국(FDA)은 2012년 ‘스타틴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 문구를 넣은 약품 라벨을 추가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기껏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다 당뇨병을 얻는 건 아닐까? 의사들은 여기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스타틴 사용으로 인한 당뇨병 발생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으며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확실하고 매우 크므로 개개인에게서 득과 실을 판단해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비만, 고령, 당뇨병 가족력 같은 당뇨병 위험 인자가 있는 환자는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 또 이런 환자에게는 스타틴을 사용하더라도 고용량 사용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당뇨병 발생 부작용이 적은 스타틴을 택하거나 스타틴 용량을 줄인 에제티미브 복합제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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