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대한 단상

입력
2023.03.17 22:00
23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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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리얼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현실을 전달하는 것이 진실을 전달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를 전달'할 수 없다. 편집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때 편집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진다. 따라서 다큐멘터리는 완벽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없는 모순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인터뷰'를 중요하게 여긴다. '인터뷰'는 다큐멘터리의 신뢰를 확보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내레이션 없이 인터뷰로 구성된 작품으로 대중의 관심이 무척이나 뜨겁다. 특히, JMS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에 따라 사회적 파장도 크다. 사이비 종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높아졌으며 정명석의 변호를 맡았던 대형 로펌의 변호인단이 전원 사퇴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질 정도이다. 이는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그 피해 사실을 폭로한 덕분이다. 이전에도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MBC에서 JMS에 대해 다루었지만, 이렇게까지 파급력이 크지 않았다. 이는 선정성이 한몫을 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이었으면 절대 담을 수 없는 장면들이 담긴 탓이다. 담당 PD는 실제 수위의 10분의 1 정도밖에 다루지 않았다고 하지만 성폭행 현장의 음성이 담긴 녹취나 젊은 여성의 나체 영상 등은 선정성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피해 사실을 알린 여성의 외모도 주효했다고 본다.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흘리는 통한의 눈물은 다큐멘터리에 몰입하는 소구점으로 작동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여러 소구점이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누적 시청 1위를 차지하도록 하였을 것이다.

사실, 방송에서 다큐멘터리는 시청률과 거리가 멀다. 보통 특집이 아닌 정규 편성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높을 때는 사회적 관심이 높은 아이템을 다룰 때이다. 예를 들어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휩쓸기 시작했던 코로나19와 같은 시의성 있는 아이템을 다루거나 텔레그램을 통해서 성 착취물을 유포한 'N번방 사건' 같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아이템을 다룰 때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건들은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설사, 그런 아이템을 다루었다고 해도 다큐멘터리는 타 프로그램 장르에 비해서 시청률이 낮다. 이는 방송사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시청률 사각지대에 편성하거나 아예 편성에서 제외한 궁극적인 이유가 되었다. 그에 따라 다큐멘터리는 존재 자체가 위태로운 대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다큐멘터리는 시청률을 우선하여 제작될 수 없다. 그것은 다큐멘터리의 정신에 어긋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성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단지 꺼져 가는 불빛이 되살아난 기쁨으로만 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큐멘터리 역사를 보면 다큐멘터리는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자체의 모순을 극복하는 노력을 통해 발전해 왔다. 이번 선정성 논쟁도 그 일환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도 안일한 자세일까? 다큐멘터리의 가치 측면에서 시청률 혹은 대중성과 상관없이 제작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윤복실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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