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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묵은 앙금 털었다... 지소미아 정상화, 안보대화 재개

입력
2023.03.16 20:00
수정
2023.03.16 20: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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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기시다 총리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한일정상회담의 군사 분야 협력은 ‘신뢰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5년간 중단된 한일 외교안보대화를 재개하고 불안정한 지위에 있었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8년 말 초계기·레이더 사건에서 불거진 양국 간 묵은 갈등도 해소할 발판을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도쿄에서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장기간 중단됐던 한일 안보대화, 차관 전략대화 조기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정상회담에서 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한일 외교국방분야 국장급 인사가 대표를 맡는 2+2 외교안보대화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양국이 직면한 안보 과제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는 정책대화다. 일명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양국관계가 훈풍을 탔던 1998년 서울에서 첫 회의가 열린 이후 정기적으로 교류를 이어갔지만 2018년 3월 이후 중단됐다. 2018년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우리 대법원 판결로 양국 관계가 급랭하면서다.

양 정상은 또 외교차관급 전략대화도 다시 여는 데 합의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적 이슈를 폭넓게 협의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2005년 시작됐지만 이 역시 2014년 이후 중단됐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군사분야 신뢰를 회복하면서 양국 국방장관 교류가 활발해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우리 국방장관의 일본 방문은 2009년 당시 이상희 장관 이후 중단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소인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소인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소미아 정상화와 초계기 갈등 해결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성과다. 군사당국 간 소통이 끊긴 5년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배상에 대한 우리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듬해인 2019년 7월 보복성 수출규제를 가했고, 이에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 2012년 졸속·비밀 논란으로 서명 직전 체결이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시작된 협정이 존폐 기로에 선 것이다. 미국의 중재로 '종료의 효력을 유예'하며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그뿐이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과거 우리가 통보했던 '종료 의사'를 이제 철회한다는 서신을 일본 측에 보내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찝찝한 상태를 해소하고 깔끔하게 안보협력을 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4년여간 풀리지 않았던 초계기 갈등도 양국 셔틀외교를 통해 매듭짓는 발판을 마련했다. 기시다 총리는 ‘초계기 갈등에 대한 현안도 셔틀외교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앞서 지적한 점들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서도 셔틀외교를 통해 윤 대통령과 기탄없이 이야기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풀겠다는 의미다.

이 사안은 2018년 12월 동해상에서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에 저공 위협을 했고, 이에 우리 함정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본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일본이 주장하며 불거졌다. 그리고 한 달 후 일본이 또다시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함정에 저공 위협을 가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서욱 당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회견까지 열고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2020년 국방백서에서 과거 일본을 지칭하던 ‘가까운 이웃’, ‘동반자’ 표현이 사라지고 ‘이웃국가’로 격하됐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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