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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수출 규제와 WTO 제소 맞바꿨다...화이트리스트 원상 회복 긴밀 논의키로

입력
2023.03.16 18:00
수정
2023.03.16 18: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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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 긴밀해질 것"
수출우대국가 목록 회복은 숙제로 남아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소인수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소인수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이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적용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44개월 만에 해제하기로 했다. 수출 규제 조치에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던 우리 정부는 제소를 철회한다고 알렸다. 이날 발표로 한일 두 나라의 경제 협력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부터 사흘 동안 일본 경제산업성과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열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대화에서 일본은 수출 관리 운용 변경을 통해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3개 품목과 관련된 수출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3개 품목 운용 규정 변경과 동시에 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두 국가의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화이트리스트) 회복에 대해서는 하루 빨리 원상 회복이 되게 긴밀히 논의해 가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 두 나라가 경제 부문에서 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경제계가 기대한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일정 부분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WTO 상소기구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제소를 끌고 가도 한국에 실익이 없던 상황"이라며 "수출 규제 해제는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제 협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TO의 대법원 격인 상소기구는 미국이 상소기구 위원 임명을 반대해 2019년 12월 이후 정상 가동이 멈춘 상태다.



정부 "한일 경제 분야 신뢰 개선이 큰 수확"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일본 도쿄 더 프린스 파크타워호텔 기자단 브리핑룸에서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일본 도쿄 더 프린스 파크타워호텔 기자단 브리핑룸에서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당장 일본의 수출 규제로 타격을 받았던 반도체 분야에서 두 나라가 어떤 협력을 펼치지도 주목받고 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안보국장은 "규제가 풀리면 수출 허가에 필요한 서류 등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고 일본 경제산업성이 아니라 지방정부에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기업의 불확실성 해소와 비용 절감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공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미국이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공급망 재편을 선언한 4대 핵심품목(반도체, 배터리, 희귀금속류, 의약품)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국의 공급망 구축에서 많은 이점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반일, 반한 감정이 줄며 두 나라의 투자, 수출이 되살아날 거란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 강감찬 국장은 "이번 조치는 양국의 신뢰 개선이란 맥락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전날 일본과의 관계 악화로 입은 우리나라 경제손실이 20조 원이라는 분석을 인용하며 "(일본과 경제협력이 정상화되면) 배터리 등 우리 수출 품목의 대일 수출이 확대되고 K팝 등 한류 확산을 통해 콘텐츠 소비재의 일본 진출이 늘고, 반도체·전기차 등 신산업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관세청, 일본은행 통계 등을 분석했다며 "한일관계 악화 후 3년 동안 대일 수출 감소 13조5,200억 원, 일본인 직접투자 6조8,000억 원 등 총 20조 원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다만 두 나라가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화이트리스트)을 회복하는 방안은 숙제로 남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일본은 우리나라의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정령을 각의에서 의결해야 하고 우리나라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를 개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모두 법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인교 교수는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첨단산업 위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효과를 늘리려면 화이트리스트 회복, 나아가 2015년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까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정부에 화이트리스트 회복을 요청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양국 정부가 이뤄낸 합의를 크게 환영한다"면서 "향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지위를 회복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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