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맞춤 대전환이 21세기 선진국 가른다

입력
2023.03.20 04:30
25면

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교육개혁: <2> 디지털 문명에 걸맞은 교육


'노 챗GPT' 감점, 변화 시작한 대학 강의실
교과는 원격교육으로, 학교에선 공감교육
스스로 탐구해 '암묵지' 만드는 새물결 필요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며칠 전인 3월 14일 GPT-4가 공개되었다. 작년 11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챗GPT3.5가 출시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더 진화된 GPT가 등장한 것이다. 인식 가능한 단어가 약 3,000개에서 약 2만5,000개로 늘었고, 매개변수도 1,750억 개에서 조 단위로 바뀌었다고 한다. 챗GPT3.5가 인간과 인공지능이 잡담을 나누는 수준이었다고 하면 GPT-4는 그림이나 사진과 같은 사물을 인식하여 답을 생성해주는 인지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문자 그대로 대용량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사전 훈련된 형성형 변환기에 불과하다. 즉 기존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이 하는 것을 잘 모방하도록 훈련시켜 새로운 것으로 변환시키는 기능을 가진 도구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한 사이버대학 교수는 과제물을 제출할 때 챗GPT를 활용하지 않으면 감점한다고 한다. 10시간 넘게 끙끙대며 코딩하던 작업을 챗GPT는 1분도 안 걸려 끝내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노력에 시간을 버리기보다는 창의적 문제해결에 시간을 쓰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마치 인쇄술이 나오면서 지식의 전수 방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듯이 디지털 혁명과 인공지능으로 21세기 교육은 획기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1960~1970년대에는 국어시간에 받아쓰기를 했고, 중학교 상업시간에는 주판연습을 했다. 이제 그런 교육은 사라졌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는다. 많은 단순 지식을 머릿속에 담고 다니기보다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 단순한 형식지는 교사가 강의실에서 학급 단위로 나누어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수하기보다는, 일타강사가 온라인 강의를 통해 수십만 명에게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학급에서는 이렇게 습득된 기초지식을 갖고 더 복잡한 암묵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내는 문제해결형 토론 유도자로 바뀌어야 한다.

챗GPT3.5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이것이 놀라울 정도로 지식을 잘 가공하여 답을 제시해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기능은 마치 백과사전처럼 정형화된 지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보조장치인 것이다. 단지 이전에 인간들이 단순 지식을 암기하기 위해 들인 많은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이제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교육혁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영수와 같은 교과 과목 중심 교육이 아니라 융합교과를 통해 인간이 인지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물과 현상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상상력을 발휘하여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 복잡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와 같은 교육이 기존 교과 중심 교육을 대체해야 한다.

지금 많은 교과학습이 교실 밖에서 선행학습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과 중심 형식지는 원격교육을 통해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게임처럼 학습하는 방법들도 개발되고 있다. 학교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다양성을 이해하고 공감능력을 키워서 협동하는 교육현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장학습, 체험학습, 예체능 활동 교육이 기존의 교과 중심 교육을 대체해야 한다.

20세기 대량생산체제에서는 세분화되고 형식화된 지식의 교육이 필요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형식지 암기와 같은 노동으로서의 교육이 아니라 호기심 때문에 스스로 탐구하여 자신만의 암묵지를 만들어내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교육의 혁명적 대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21세기에 누가 먼저 교육혁명을 이루는가에 따라 모든 나라는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갈리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 싣는 순서-교육개혁

<1> 한국 교육의 근본문제 (조벽)
<2> 디지털문명에 걸맞은 교육 (염재호)
<3> 시험이 바뀌면 한국도 바뀐다 (이혜정)
<4> 교육 망치는 교육감 선거 (박융수)
<5> 대학입시, 어떻게 해야 하나 (배상훈)
<6> 대학 총장 직선제는 답이 아니다 (전호환)
<7> 지역대학이 융성해야 선진국이다 (김종영)
<8> 글로벌 스탠다드- 9월 학기제 (김도연)
<9> 노동ㆍ연금개혁 그리고 교육개혁 (김용학)


염재호 고려대 명예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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