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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의사와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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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예전엔 병을 치료하려면 병원에 꼭 가야 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이런 인식을 바꿔 놓았다. 바이러스에 등 떠밀려 시작한 재택치료는 의외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전례 없던 감염병이 확인시켜 준 ‘병원 밖 의료’의 가능성에 고무된 의료인들이 대한재택의료학회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 의학 학술단체는 임원은 물론 회원이 다 의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재택의료학회는 의사와 함께 간호사, 변호사, 환자단체 인사 등이 임원을 맡는다. 이사진의 약 30%가 비의료인이다. 앞으로 물리치료사, 돌봄종사자, 기업인도 “모셔 올” 예정이다. 이동형 총무이사(범일연세내과 원장)는 “이렇게 다양한 직역이 모인 학회는 의료계에서 처음”이라고 했다. 이들은 공공 영역에서 노인돌봄사업 같은 단편적 형태로만 추진됐던 재택의료를 민간이 주도하며 만성질환, 희소질환, 난치병 같은 분야로 범위를 넓히자는 데 공감하고, 코로나 이후 제도화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로 뭉쳤다.
□ 특히 의사와 간호사가 손을 잡았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간호법 제정 이슈를 초월해 재택의료 확대라는 목표로 한배를 탔다. 처음엔 참여를 다소 껄끄러워했던 일부 인사들도 환자를 위해 동참하기로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창립 멤버들은 다수 의사단체가 반대하는 원격의료를 하겠다는 거냐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는 연락도 적잖이 받는다고 한다. 대면진료와 원격의료를 혼합한 새로운 ‘한국형 재택의료’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게 학회 계획이다.
□ 현행 법에 따르면 병원 밖에서 진료할 수 있는 환자는 정부나 지자체의 관련 사업 대상자, 응급 환자뿐이다. 집 밖에 나오기 힘든 노인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다면 장기적으로 나라에도 짐이 된다. 일본에선 지금도 800여 명이 병원 아닌 집에서 혈액투석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도 가야 할 길이다. 학회는 다음 달 2일 창립총회를 연다. 모처럼 정치적 입장이나 직역 간 갈등을 넘어 모이는 이들이 재택의료 정착의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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