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은 인류 역사와 문화를 모두 알고 있다?

입력
2023.03.18 11: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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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 '파이어볼: 어둠의 세계에서 온 방문자'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운석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걸까. 지구와 인류는 어떤 영향을 받는 걸까. '파이어볼: 어둠의 세계에서 온 방문자'는 운석으로 우주의 신비를 들춘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운석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걸까. 지구와 인류는 어떤 영향을 받는 걸까. '파이어볼: 어둠의 세계에서 온 방문자'는 운석으로 우주의 신비를 들춘다. 애플TV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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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성지 메카에는 카바 신전이 있다. 운석이 떨어진 곳에 지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무슬림이라면 생전 한 번은 순례해야 하는 신전 중심부에는 검정 육면체 구조물 카바가 있다. 이곳을 돌아야 순례로 인정받는다. 순례객들은 카바 모퉁이에 박힌 성물 ‘흑석’에 키스하려 몰려든다. 하지(순례) 기간 메카에서 거의 매년 압사사고가 벌어지는 이유다. 흑석은 무엇이고 어디서 왔는지 과학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운석으로 추정한다.

①운석으로 돌아본 지구

세계 연구자들은 운석을 다각도로 분석해 우주의 신비를 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세계 연구자들은 운석을 다각도로 분석해 우주의 신비를 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운석은 이슬람에만 큰 영향을 끼쳤을까. 세계 곳곳에 운석이 남긴 흔적이 적지 않다. 물리적으로는 거대한 구멍을 남겼으나 문화ㆍ역사적으로 인류에게 미친 영향 역시 크다. 다큐멘터리 ‘파이어볼: 어둠의 세계에서 온 방문자들’은 운석을 통해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미래를 내다본다.

카메라는 운석이 끼친 영향을 다각적으로 살피기 위해 6대륙을 훑는다. 남극까지 탐사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유성진(유성이 남긴 티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우주의 신비를 탐색한다. 6,600만 년 전 지구 생명체 4분의 3을 멸종시킨 소행성이 떨어졌던 멕시코 유카탄 반도를 찾기도 한다. 소행성 충돌로 생성된 샘 ‘세노테’가 마야문명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기도 한다.

②신비는 끝나지 않았다

운석은 지구에 거대한 구덩이만을 만들지는 않는다. 생태계와 인류 역사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운석은 지구에 거대한 구덩이만을 만들지는 않는다. 생태계와 인류 역사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다큐멘터리는 운석이 남긴 영향과 흔적 이상을 보여주려 한다. 소행성 충돌을 감지하기 위해 매일 밤샘 근무가 이어지는 하와이 관측기지의 활동을 들여다 본다. 운석은 지구 생명체를 절멸시킬 수 있는 존재이나 역설적으로 생명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가정하기도 한다. 생명의 근원이 다른 천체에서 왔다는 ‘판스페르미아설’을 환기시킨다. 운석을 지렛대 삼아 들추는 우주는 경이 자체다.

다큐멘터리 끝 부분에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활동하며 운석을 발견한 한국인 연구자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한국인에게는 특별한 장면이다. 지구 생명체 생성과 인류의 시원에 대한 물음, 인류 역사와 문화에 깃든 우주의 수수께끼는 남극 설원의 눈바람처럼 신비롭다.

③과학에 버무려진 대가의 유머

남극은 운석의 보고다. 인류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우주의 신비가 대량으로 묻혀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남극은 운석의 보고다. 인류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우주의 신비가 대량으로 묻혀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다큐멘터리는 장황하게 설명하려 하지 않고, 핵심 사안을 간결하게 소개하려 한다. 과학 다큐멘터리임에도 어렵지 않다. 유머가 깃든 영상과 해설이 딱딱함을 줄여준다. 세종기지 연구원이 찍은 우스꽝스러운 영상을 끼워 넣어 긴장을 풀어내는 식이다. 방대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상영시간은 97분에 불과하다.

시작과 끝이 인상적이다. 유카탄 반도 ‘메리다’에서 시작한 영상 여정은 남태평양 작은 섬 ‘메르’에서 끝난다. 별똥별을 연상시키는 전통 춤이 앞과 뒤를 장식한다. 다큐멘터리는 두 장면의 연관성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긴다.

뷰+포인트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가 연출했다. 1960~70년대 ‘뉴 저먼 시네마’(독일 영화의 새 흐름을 주도했던 움직임)를 이끌었던 명장이다. 극영화 ‘아귀레, 신의 분노’(1972), ‘피츠카랄도’(1982) 등으로 식민역사와 인간의 욕망을 해부했던 헤어초크는 최근 과학 다큐멘터리를 집중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는 해설까지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어 억양 영어가 묘한 감정을 불러낸다. 헤어초크가 연출한 넷플릭스 ‘인투 디 인페르노’(2016), ‘잊혀진 꿈의 동굴’(2010)도 추천한다. 영화 대가의 박학다식과 생산성이 놀랍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8%, 관객 62%
***한국일보 권장 지수:★★★★(★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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