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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즐겨 찾는 일본 감기약에 마약이? '한외마약'은 중독성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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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감기약에 마약이 들어있다?'
최근 공영방송사 PTS를 비롯한 대만 매체들이 일본 다이쇼제약의 종합감기약 '파브론골드A'에 "마약 성분이 들어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보도했는데요. 한국에선 '독하지 않은 약으로, 초기 감기를 잡아준다'고 알려져 일본 여행 때 꼭 사 오는 관광 필수품이 됐죠. 일본의 국민 감기약인 이 제품에 마약이 들어있다니, 가뜩이나 배우 유아인의 상습 투약 혐의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요즘 화들짝 놀랄 뉴스이긴 합니다.
'파브론'은 다이쇼제약의 감기약 브랜드로, 파브론골드A는 베스트셀러 제품입니다.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 홈페이지가 있을 정도로 외국인에게도 매우 익숙한 제품이죠. 대형 제약회사의 대표 제품에 문제가 생겼다면 일본에서도 난리가 났을 법한데, 정작 일본에선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조용합니다.
온도 차가 심한 건 파브론골드A에 들어간, 문제가 된 성분의 특징 때문인데요. 파브론골드A 주요 성분을 보면 디히드로코데인산염 8㎎, 클로르페닐라민 말레산염 2.5㎎, DL-메틸에페드린염산염 20㎎, 무수 카페인 25㎎ 등입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게 '디히드로코데인산염(디히드로코데인)'인데요. 디히드로코데인은 아편에서 추출한 마약 성분인 '코데인'의 구조를 변형한 성분입니다. 중추 신경에 작용해 기관지를 확장시켜 가래 제거에 도움을 주고 재채기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죠.
하지만 디히드로코데인은 '한외마약(限外麻藥)'으로 분류돼 마약처럼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습니다. 한외마약은 마약류관리법상 '다른 약물이나 물질과 혼합돼 제조한 것으로, 그것에 의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한외마약으로 규정하는데요. 법에는 마약을 정의할 때 '한외마약은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디히드로코데인이 단일제로 쓰이면 마약으로 취급되지만, 다른 성분과 혼합해 제조한 이후에는 마약이 아닌 게 되죠. 마약류의약품(마약성진통제)인 코데인을 다른 성분과 혼합해 써서 괜찮은 건데, 코데인만 따로 쓰면 문제가 됩니다. 그때는 마약이 되기 때문이죠.
사실 파브론골드A를 자주 사는 소비자라면 이미 아는 내용일 겁니다. 대만 매체 보도 이전에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파브론골드A에 마약 성분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돌기 때문이죠. 일본에서는 파브론골드A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이나 드럭스토어(약을 포함해 헬스·뷰티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설)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파브론 브랜드의 다른 감기약에도 디히드로코데인이 주요 성분으로 들어갔습니다. 또 소량이라 중독성이나 의존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한외마약에 대한 규제가 일본보다 다소 엄격한 편입니다. 마약류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디히드로코데인과 코데인은 3종 이상 배합해 만든 제품에 쓸 수 있고, 용량은 100g당 1g 이하를 쓸 수 있습니다. 디히드로코데인의 1회 용량은 10㎎ 이하여야 합니다.
디히드로코데인은 한국에서 만든 감기약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성분입니다. 대원제약의 '코대원정·포르테시럽'과 유한양행의 '코푸정·시럽'에도 디히드로코데인이 들어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진해거담제로, 기침·가래 제거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다만 한국에선 일반의약품이 아닌 의사의 처방을 받아 구매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드럭스토어나 약국에서 마음대로 살 수 없습니다.
비교적 안전하긴 하지만 한 달 이상 장기복용해야 하는 경우와 임산부, 만성호흡기 환자는 주의해서 복용해야 합니다. 장기간 복용하거나 특정 약에 취약한 사람이 먹는다면 약물 중독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은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한외마약이라 원칙적으로는 12세 미만 소아에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파브론골드A는 물론, 코대원과 코푸정도 '12세 미만은 사용 금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소아·청소년에 대한 의약품 적정사용 정보집에 따르면 해당 성분이 있는 약품은 소아 환자에게 과량 투여 시 환각, 흥분, 경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12세 미만 소아에게는 중증 호흡억제를 일으킬 수 있어 투약이 금지되고, 18세 미만도 비만이나 폐색성수면무호흡증후군, 중증 폐질환이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12세 미만 사용 금지'로 정한 게 아이들에게 써도 될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약을 만들 때 임상시험을 하는데 실험자로 아이들을 모집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 아이를 대상으로 실험하겠다는데 부모들이 쉽게 동의할 리 없죠. 아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할 경우 비용이 치솟는 이유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 제품은 심사하지 않기 때문에 연령 제한을 건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전제하며 "제약사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특정 성분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연령 제한을 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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