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과거사 발언 수위... 12년 만의 정상회담 성패 달렸다

입력
2023.03.16 04:30
4면
구독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AFP 연합뉴스 오대근 기자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AFP 연합뉴스 오대근 기자

강제동원 피해배상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수싸움이 마지막 매듭만 남겨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실상 모든 패를 내보였다. 제3자 변제를 정부 해법으로 못 박아 일본 전범기업의 부담을 덜어줬고, 구상권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을 거듭 안심시켰다.

이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성의를 보일 차례다. 정부 해법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 수위에 따라 12년 만에 성사된 도쿄 양자회담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시다 총리의 '입'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초 양국 정상이 발표할 한일공동선언이 가늠자로 간주됐다.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가 담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별도의 공동선언 없이 한 박자 늦추기로 했다. 아직 조율할 부분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어떤 형태로든 정상회담 결과를 언론에 공표할 기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형식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춰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양국 정상의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강제동원 문제에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관건이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6일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발표한 해법에 대해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놓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역대 내각의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사과의 뜻을 표명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셈이다. 그나마 의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갈음했다. 구체적으로 역대 내각의 어떤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이에 '성의가 없다'는 비판이 일었고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역대 내각이 (극우 성향의) 아베 내각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른 현안에 대해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문제나 6월로 예상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대표적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양국을 오가는 셔틀외교가 복원된다면 다음 차례는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다. 올여름 방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가 진정 성의를 보이고자 한다면 이번에는 운만 떼고 한국을 찾아 강제동원 문제에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포스코는 이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40억 원을 기부했다. 2014년 재단 출범 당시 출연하기로 한 100억 원 가운데 그간 납부를 미뤘던 40억 원을 냈다. 재단은 포스코를 포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방침이다.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른 것이다.

정승임 기자

관련 이슈태그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