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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다"...말라가는 투자금에 한숨 짓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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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스타트업 대표들끼리 진짜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부쩍 많이 해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 굳갱랩스 안두경 대표
지난해부터 투자 자금이 말라가고 있는 스타트업계에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라는 대형 사고까지 터지면서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성장만 한다면 투자금을 척척 내놓았던 투자사들도 옥석을 깐깐하게 가리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 D2SF는 15일 서울 강남구 D2SF 사무실에서 네이버가 새로 투자 리스트에 올린 3차원(3D) 아바타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개발하는 굳갱랩스를 비롯해 기존에 투자한 리콘랩스, 엔닷라이트, 플라스크 등 4개 스타트업을 언론에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은 기업 규모를 계속 키우면서 실제 수익도 거둬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맞닥뜨렸다고 답답해했다.
이들은 다행히 최근 투자를 받았음에도 "투자 규모가 확 줄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3차원(3D) 콘텐츠 기술 기업 엔닷라이트의 경우 지난달 네이버를 비롯해 CJ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약 8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인공지능(AI) 기반 3D 모델링 기술을 보유한 리콘랩스는 지난해 5월 55억 원을, AI 기반 콘텐츠 기업 플라스크는 2021년 10월 3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각각 유치했다.
안두경 굳갱랩스 대표는 "많은 스타트업들 대표들, 특히 미국서 활동하는 개발자들로부터 진짜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우리 역시 예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영하고 지출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성훈 리콘랩스 대표도 "우리가 투자받았던 지난해 초보다 요즘 투자받기가 훨씬 어려워진 것 같다"며 "당시 없었던 요구 사항이 많이 생기고 기준도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금액은 6조7,6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9% 줄었다. 특히 3분기와 4분기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6%, 43.9%나 감소했다.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2,95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5.2%나 급감했다.
SVB 파산 여파로 불확실성이 큰 스타트업·벤처 분야에 대한 투자금이 더욱 말라 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기업들은 보릿고개를 넘길 생존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준호 플라스크 대표는 "대부분 스타트업은 돈은 못 벌어도 회사 규모를 키우느냐 당장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느냐 둘 중 하나를 택하면 되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요즘은 투자사들이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 모두를 따지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성원들과 수익만 챙기려다 미래 성장 동력을 잃지 말고 2, 3년 정도 버티면서 다시 투자 상황이 좋아질 때를 준비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전체 투자 규모는 줄었지만 투자금이 적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란 조언도 나왔다. KB증권이 올 1월 국내 주요 비상장사 투자 유치 사례를 분석했는데, 총 92건 중 시리즈A 단계 이하(창업 2~5년 차) 투자가 70건을 차지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투자자들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당장 돈을 쓰기보다는 진짜 괜찮은 회사를 찾고 있다"며 "이에 자금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기술력이 좋은 팀은 경쟁적으로 투자가 붙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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