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충돌사고' 그리스 16일 총파업…언론사도 "24시간 멈춤"

대규모 파업으로 교통망 마비 전망

12일 그리스 아테네 국회의사당 앞에서 지난달 일어난 열차 충돌사고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아테네=AP 연합뉴스

지난달 대규모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그리스 전역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16일(현지시간)엔 전국적 규모의 총파업마저 예고됐다.

14일 그리스 국영 아테네-마케도니아(APE-MPE) 통신에 따르면, 이 나라의 양대 노동조합인 공공노조연맹(ADEDY)과 민간부문을 대표하는 노동자총연맹(GSEE)은 16일 전국적으로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ADEDY는 "(열차 사고가 일어난) 템피(TEMPE·열차 충돌 사고 발생 지역)의 범죄는 은폐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마땅히 누려야 할 삶, 우리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파업에는 그리스 항공 관제사협회와 해상 노동자 연맹도 동참한다. 그리스 공항의 국내선 및 국제선이 다수 결항하고, 인근 섬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도 파업에 나선다. APE-MPE 통신은 파업 소식을 보도하면서 "전국의 언론인이 그리스 사회와 노조 운동에 함께한다"며 "16일 오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24시간 동안 뉴스를 방송하거나 온라인 홈페이지에 새로운 기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그리스에서는 지난달 28일 자정 직전 350명을 싣고 아테네를 출발, 테살로니키로 가던 여객열차가 반대편 선로에서 라리사로 향하던 화물열차와 정면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최소 57명이 사망했고,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도 있다. 사고 직후 교통부 장관은 사임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의 대국민 사과에도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리스 전역에서는 관련 시위가 몇 주째 계속되고 있다. 수십만 명이 거리에서 정부와 철도회사가 낡은 철도 시스템을 방치해 사고를 불렀다며 분노를 쏟아내는 중이다. 시위 규모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올해 7월 임기를 마치는 미초타키스 총리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