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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SVB 예금자 보호가 구제금융?... 15년 만에 미 정계 들쑤신 ‘B-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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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은행의 고객 보호를 위해 정부가 예금 전액을 상환해 주는 것을 ‘구제금융(Bailout)’으로 볼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 이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피해자 보호 대책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구제금융 해당 여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 파산에 따라 연방정부가 발표한 과감한 피해자 보호 조치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미 재무부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은 SVB 고객뿐 아니라, 전날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의 고객들에 대해서도 “예금을 보험 대상 한도(25만 달러)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등 공화당 인사들은 “15년 만에 돌아온 ‘B-워드(B-word·‘구제금융’의 약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구제금융은 기업이나 은행, 국가 등이 도산 또는 지급불능 등 위기에 처했을 때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민간 및 공공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뜻한다. ‘B-워드’라는 멸칭으로 불린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다. 당시 부실상품 거래로 위기를 맞은 보험사 AIG는 회생을 위해 정부에서 1,700억 달러가량을 지원받았으나, 경영진이 1억7,907만 달러를 ‘보너스 나눠 먹기’로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미 전역은 “개별 기업의 방만을 만회하는 데 왜 국민 혈세를 써야 하나”라는 공분으로 들끓었다.
이번 SVB 파산에 대한 미 정부의 대처도 ‘규제당국의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뼈대는 15년 전 구제금융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지에선 ‘구제금융으로 보기 힘들다’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우선 사기업 회생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다. 온라인 매체 ‘복스’는 “SVB와 시그니처은행은 부활하지 못할 것이고, 은행 주주와 채권 보유자도 정부 자금을 받지 못한다”며 “예금자 보호와 금융 시스템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원 자금의 출처가 납세자가 아니라, 대형 은행들이 내는 FDIC 기금이라는 점도 주요 근거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선 결국 국민 세금이 쓰인다는 반박도 있다. 밴더빌트 로스쿨의 모건 릭스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은행 수수료의 형태로 고객에게 전가되는 은행 비용”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이진 않더라도 구제금융의 속성을 아예 배제하긴 힘들다고 그는 덧붙였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약 1년 앞둔 탓인지, 바이든 행정부는 ‘B-워드’와 선을 그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15년 전 ‘공화당의 본진’으로 불렸던 곳에서조차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구제금융의 어두운 그림자를 되살려내지 않겠다는 의도다.
재닛 옐렌 미 재무부 장관은 전날 미 CBS방송에 출연해 “(이번 조치는) 대형 은행 투자자와 소유주가 구제금융을 받았던 2008년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구제금융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직접 “전통적인 의미의 구제금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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