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이자 장사' 덕분? 대출 집중한 국내은행 "SVB 사태 없을 듯"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파가 국내 은행으로 미치지 않을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VB의 독특한 재무구조가 파산의 원인인 만큼, 국내 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다는 진단이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공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총자산 대비 유가증권 비중은 20% 미만이었다. 신한은행의 유가증권 비중이 19.1%로 가장 높았고, KB국민 16.2%, 우리 15.9%, 하나 15.2% 순이었다.
반면 지난해 연말 SVB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총자산의 55%에 육박해 고금리에 취약한 구조였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새로 발행하는 채권들이 높아진 금리 수준을 반영해 더 많은 이자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만큼, 기존 채권의 가치가 떨어지는 원리다.
보유 자산 중 채권 비중이 높았던 만큼 SVB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KB증권에 따르면, SVB의 잠재 손실(15억 달러)은 총 자본(16억 달러)에 육박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채권은 만기까지 기다리면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금리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예금 인출이 가파르게 증가하자, SVB는 18억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채권 등을 매각해 돈을 마련해야만 했다. 돈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된 고객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은 파산이란 결과로 이어진다.
국내 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도 가치 하락으로 손실을 입었지만,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이란 평가다. 게다가 국내 은행은 예금으로 확보한 돈 대부분을 대출로 굴려 수익을 얻었다. '이자 장사' 비판을 불렀던 예대 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이 공교롭게도 안정적 수익 창출을 뒷받침한 셈이다.
지난해 3분기 4대 은행의 예대율(총 수신 대비 총 여신 비율)은 모두 90%를 웃돌았다. KB국민은 99.4%에 달했고, 신한도 98.8%로 예금 대부분을 대출에 이용했다. 우리와 하나은행의 예대율은 각각 96.3%, 92.3%였다. 고금리로 연체율이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0.25%(지난해 연말 기준) 수준이다. 반면 SVB의 예대율은 45.2%에 불과했다.
사태 초기 전문가들이 "단일 은행의 문제"로 치부하며 국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심리'다. 시그니처은행이 도미노 파산했고 퍼스트리퍼블릭 등 중·소형 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위험회피 심리에 국내 은행주 주가까지 최대 4% 폭락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은행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지만, 사태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