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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모바일 쿠폰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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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상품권이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보내는 모바일 쿠폰이 종이 상품권을 급격하게 대체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2조9,363억 원이었던 국내 모바일 쿠폰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접촉이 줄고 온라인 활동이 늘면서 2020년 3조6,909억 원, 2021년 5조3,284억 원, 지난해 6조1,878억 원으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사람들은 편한 것을 접하면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모바일 쿠폰 시장이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2011년 모바일 쿠폰을 발행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윈큐브마케팅을 설립한 김성필(52) 대표는 모바일 쿠폰의 개척자로 꼽힌다. 그는 2011년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최초로 제안해 모바일 쿠폰 확산에 기여했다. 현재 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 신한은행, 우아한형제들, 쿠팡, 홈앤쇼핑 등 수많은 기업들이 윈큐브마케팅의 고객사다.
이제 김 대표는 한국을 넘어 해외로 모바일 쿠폰 확산에 나섰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그를 만나 'K쿠폰 도전기'를 들어봤다.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이력을 묻자 김 대표는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대학을 세 번 다녔다. "1990년 홍익대 전자공학과에 붙었으나 등록을 하지 않았고 이듬해 한림대 의대에 들어갔어요. 그러나 잘 맞지 않아 그만둔 뒤 1992년 대전대 물리학과에 입학했죠. 하지만 한 학기 다니고 군대를 다녀온 뒤 중퇴했어요."
막연하게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방황하다가 제대 후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당시 유럽과 거래한 무역회사들은 유럽연합(EU) 국가이면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많이 진출했어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바르샤바 주재원으로 일했죠. 당시 국내 원단을 유럽에 판매하는 일을 했는데 중국 저가 제품 때문에 고전했어요. 재고가 창고에 쌓이는 것을 보면서 재고 없는 디지털 사업을 구상했죠."
귀국 후 유럽 게임을 들여와 국내에 판매했으나 불법 복제가 성행하던 시절이어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게임 사업을 접고 2002년 시작한 첫 번째 창업은 디지털 마케팅 회사였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보내는 대신 광고를 보도록 한 사업이었죠. 잘 몰라서 필요 없는 고가 장비를 사들이는 바람에 돈만 쓰고 실패했어요."
첫 번째 창업에 실패하고 다시 취직했다. "방송사에서 문자 투표할 때 집계하는 기술과 휴대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방송용으로 변환해 주는 기술을 가진 회사였죠. 이런 인연으로 2006년 다양한 휴대폰 기종에 맞춰 동영상을 변환해 주는 두 번째 창업을 했어요."
그러나 잘나간 사업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 "돈을 벌자 동업자와 갈등이 생겼어요. 회사와 소송까지 했는데 세력 다툼에서 밀려 쫓겨났죠."
창업한 회사에서 밀려난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DKI테크놀로지에 신사업 총괄 본부장으로 입사했다. 거기서 모바일 선물하기 아이템을 갖고 2011년 분사한 것이 지금의 회사가 됐다.
모바일 쿠폰은 절박함의 산물이었다. "무엇이든 사업을 해서 살아야겠다는 절박함에 2010년 말 카카오를 찾아가 모바일 쿠폰을 이용한 선물하기 사업을 제안했죠. 카카오톡은 사람들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여서 모바일로 선물하기 좋은 구조죠."
문제는 당시 상품권의 유통 구조였다. "한창 세를 불리던 소셜 커머스(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이용해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밑지고 상품권을 팔았어요. 예를 들어 특정 업체의 1만 원짜리 상품권을 액면가에 사서 이용자들에게 9,000원에 팔았죠. 이용자는 몰렸지만 팔수록 손해죠. 밑지는 돈은 투자받아 충당했어요."
김 대표는 이를 바꿨다. "경쟁도 좋지만 손해보지 않기 위해 1만 원짜리 상품권을 액면가 그대로 1만 원에 파는 정가 유통을 제안했어요. 여러 업체를 찾아갔는데 카카오만 여기에 동의했죠."
대신 배송 서비스를 붙여 이용자들에게 편리함을 줬다. "모바일로 선물을 받은 사람이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주소로 선물을 배송하는 것을 제안해 카카오에서 제일 먼저 선보였죠."
카카오 선물하기는 개인 간 모바일 선물 시장을 열었다. "그 전에는 기업이 상품권을 사서 이용자에게 뿌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카카오 선물하기 이후 개인 간 선물 시장이 열렸어요."
카카오 선물하기의 성공은 김 대표에게 독자 상품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카카오 선물하기를 1년 정도 운영한 뒤 자신감을 얻어 2011년 말 '기프팅'이라는 자체 모바일 상품권, 즉 모바일 쿠폰을 만들었죠."
덕분에 모바일 선물하기는 기존 디지털 상품권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당시 우리와 SK플래닛, KT, CJ 등 4개사가 디지털 쿠폰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는데 우리가 점유율 45%로 가장 높았어요."
김 대표는 기프팅을 만든 뒤에도 카카오 선물하기 서비스를 계속 제공했으나 2013년 카카오가 선물하기 사업을 직접 운영하면서 이익이 10분의 1로 줄었다. "뜻밖의 위기였죠."
'한 바구니에 계란을 모두 담지 말라.' 김 대표는 주식 투자의 금언을 해법으로 봤다. "카카오 의존도를 낮추고 네이버, 토스, 리멤버, 신한은행 등 여러 업체들과 계약해 모바일 쿠폰 서비스를 확대했어요."
급기야 그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확대해 2019년 '센드비' 서비스를 만들었다. 센드비는 기업들이 원하는 모양과 금액의 모바일 쿠폰을 자유롭게 만들어 발송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에 모바일 쿠폰을 만들려면 해당 쿠폰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업체들과 계약하고 쿠폰 발송까지 한 달 걸렸어요. 그런데 센드비는 쿠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 3,000종을 모아 놓아 간단하게 고른 뒤 쿠폰 발송까지 반나절이면 끝나요. 센드비 덕분에 2019년 1월 3,000만 원이었던 거래액이 그해 12월 30억 원으로 100배 뛰었어요. 센드비를 이용하는 고객사도 누적으로 4만3,000개에 이르죠."
센드비의 성공 이후 김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모바일 쿠폰 사업의 한계 때문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모바일 쿠폰 발행업체들이 윈큐브마케팅 같은 쿠폰 유통업체의 이윤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스타벅스 같은 유명 기업들은 1만 원짜리 상품권을 우리에게 액면가 그대로 팔아요. 그런데 우리는 경쟁이 치열하니 이용자를 확보하려고 액면가에서 평균 10% 할인해 손해를 보고 이용자들에게 팔죠. 따라서 이용자들이 모바일 쿠폰을 100% 사용하면 적자가 나요. 돈은 다른 방법으로 벌어요."
돈은 소위 '낙전' 수입으로 번다. 예전 공중전화에서 집어넣은 동전보다 통화량이 적으면 남은 잔돈이 떨어졌는데, 이용자가 집어가지 않을 경우 사업자인 KT가 챙겨 이를 낙전 수입이라고 불렀다.
마찬가지로 모바일 쿠폰도 이용자가 잊어먹고 기한 내 사용하지 않은 미사용 쿠폰이 발생한다. 낙전에 해당하는 미사용 쿠폰이 쿠폰 유통업체들의 수입이 된다. "원래 유효기간이 지나도 쿠폰을 받은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제출하고 환불을 요구하면 돌려줘요. 그런데 사람들이 귀찮아서 환불 요청을 잘 하지 않죠. 예전에는 전체 쿠폰 수령자의 10%가 사용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비율이 점점 줄고 있어요."
김 대표는 "모바일 쿠폰은 낙전 수입 외에 이익을 낼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바일 쿠폰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액면가보다 3~5% 깎아주면 우리도 이익을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쿠폰 발행 기업이 손해를 보죠. 그러면 발행 기업들은 낙전 수입으로 손실을 메워야 해요. 쿠폰 발행하고 낙전을 챙겨서 손실을 메우라고 하면 누가 쿠폰을 발행하겠어요. 또 기업들이 모바일 쿠폰 발행하고 낙전 수입 챙긴다는 비난을 받을 거예요."
반면 미국은 다르다. 낙전을 쿠폰 발행업체가 가져가고 대신 쿠폰을 판매하는 윈큐브마케팅 같은 유통업체들에 별도 비용을 준다. "미국은 이메일로 디지털 쿠폰을 보내면 휴대폰에서 이메일을 열어 쿠폰을 사용해요. 이때 쿠폰 발행업체들이 쿠폰 유통업체들에 일종의 수수료를 내죠. 이것이 쿠폰 유통업체의 이익이 됩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미국에 법인을 만들고 'AAe기프트'와 '마리나기프트'라는 모바일 쿠폰 서비스를 만들었다. "AAe기프트는 미국판 센드비예요. 미국 기업들이 들어와 간편하게 디지털 쿠폰을 발행하죠. 이 안에서 고를 수 있는 상품이 약 300종입니다. 지금 시범 서비스 중인데 월마트, 아마존, 타겟, 이베이 등 약 600개 기업들의 상품을 제공 중이죠."
마리나기프트는 해외에서 한국으로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에 결제 수단이 따로 없으면 한국 사람들에게 모바일 쿠폰을 선물하기 힘들어요. 마리나기프트는 페이팔 등을 이용해 한국에 선물을 보낼 수 있도록 해결한 서비스죠."
반대로 한국에서 미국에 있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기능도 2분기 중 내놓을 예정이다. "AAe기프트에 입점한 업체들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직원들의 복지 수단으로 제공할 수 있죠."
다양한 서비스로 지난해 달성한 거래액은 약 2,500억 원. 이 가운데 낙전 수입과 수수료 등으로 올린 매출이 약 160억 원, 영업이익은 12억 원이다. "올해는 거래액 약 3,000억 원, 지난해와 비슷한 영업이익이 목표죠."
앞으로 그는 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꿈이다. "전체 상품권 시장이 300조 원에 이르는 미국도 급격하게 디지털 쿠폰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기회의 땅이 열리는 셈이죠. 해외의 큰 시장을 겨냥해 모바일 선물하기와 관련된 모든 것을 모아 놓은 끝판왕 같은 업체로 키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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