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묘사, 인권침해…OTT 부작용 이제 논의할 시점

입력
2023.03.15 04:30
27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공식 예고편. 유튜브 캡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 공식 예고편. 유튜브 캡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웨이브가 각각 공개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과 ‘국가수사본부’가 큰 파장을 불러왔다. 심층, 탐사보도 영역을 파고들어 ‘OTT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와 선정적, 폭력적 장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노출했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OTT 산업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부작용은 줄일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 콘텐츠는 지상파 방송이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낱낱이 담아내며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사이비 종교 피해자를 만나고 강력범죄 수사 현장을 발로 뛰며 만든 몰입감 있는 콘텐츠에 호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추악한 성범죄 폭로가 목적이라도 굳이 알몸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성폭력 장면을 세세히 반복적으로 보여줘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범죄를 지나치게 묘사해 모방범죄 우려를 낳았고, 피의자 조사 영상 공개로 인권침해 논란까지 제기됐다. 구조적 문제를 짚기보다 ‘흥행’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들 콘텐츠에 각각 청소년 관람불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줬다. 하지만 OTT는 인증 이후엔 별다른 제약이 없어 청소년의 접근을 실질적으로 막기 어렵다. 방송심의규정, 언론중재법도 적용되지 않아 무방비 공개에 따른 피해자가 생겨도 구제할 길이 없다. 더구나 OTT 사업자가 콘텐츠 등급을 직접 정하는 자체등급분류제까지 오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K콘텐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체등급제가 필요하다는 업계 호소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제도가 안착하려면 사업자 선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운영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등 철저한 사전·사후 관리감독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보도 영역에 들어선 OTT 콘텐츠에 대해 추가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국과 업계는 확대된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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