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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종사자 28% ‘폐 이상’, 너무 늦은 조리환경 개선

입력
2023.03.15 04:30
27면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학비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학비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급식종사자들의 높은 폐암 유병률이 확인됐다. 최근 5년간 60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고, 28%가 폐 ‘이상소견’을 보였다. 찜통 조리실, 환기시설 부족으로 조리사가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급식 조리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되어 왔다. 정부는 2021년 12월에야 검진 계획을 세웠는데 너무 늦은 대응이 소중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지금이라도 근무 환경을 실질적이고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검진이 완료된 14개 교육청의 학교 급식종사자 2만4,065명 중에서 ‘폐암 의심 소견’이 139명(0.58%)에 달했고, 이 중 31명(0.13%)이 확진받았다. 6,773명(28.2%)이 양성결절·경계성결절 등 이상소견을 보였다.

확진자 평균 연령은 54.9세, 종사 기간은 14.3년이었다. 산업재해 신청자 29명을 더하면 5년간 급식종사자 중 폐암 유병자는 60명이다. 이들의 5년 폐암 유병률은 10만 명당 135.1명으로, 유사 연령의 유병률(122.3명)보다 확실히 높다.

정부는 이제야 환기 설비 지원, 미세분진(조리흄) 최소화 식단 및 조리법 개발·보급, 보호구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평균 14년간 폐암 유발 환경에 노출되는 동안 정부는 안이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 최고 수준의 무상급식은 급식노동자의 구부러진 손가락과 화상으로 얼룩진 피부, 폐 속에 자라난 암세포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열악한 환경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대체인력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학교조리사, 조리실무사는 작년 월 기본급이 186만8,000원으로 최저임금(191만4,440원)보다 낮다. 일은 고되고 임금은 적으니 구인난에 시달린다. “충원 없이는 급식노동자의 폐암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노조의 지적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나아가 대규모 조리 환경의 높은 폐암 유병률이 확인된 만큼, 이참에 사회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조리실 기준 마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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