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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향할 경제 '기칠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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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에게 경제는 '운칠기삼'의 영역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대통령이 활로를 뚫어낼 수 있는 정치와 달리, 경제는 언제 집권하느냐는 '운'에 따라 성적 역시 판가름 나기 쉽다.
국제 경제에서 한국이 놓인 위치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일에 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부를 보면 우리 경제가 대외 변수와 얼마나 관련 깊은지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세계 경제가 좋을 때 집권한 대통령의 경제 실적은 기본 점수를 이미 두둑이 챙긴 상태다. '행운'이 칠 할인 경우다. 대통령이 산업 고도화, 적재적소 재정 투입 등 재주(기)를 잘 부리기까지 하면 경제는 비상한다.
1980년대 후반의 전두환·노태우 정부가 그랬다. 당시 한국은 느닷없이 찾아온 3저(저물가·저유가·저금리)라는 국제 경제 질서를, 다른 국가보다 잘 활용해 매년 10% 넘게 성장하는 등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1998년, 200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 이명박 정부는 정반대로 운이 나빴다. 정권을 잡자마자 대응해야 했던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다만 두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노사정 대타협, 확장 재정 등 정책적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불운'을 이겨낸 셈이다.
최근에는 대내 변수인 부동산도 꼭 정책을 잘 쓴다고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당장 집값을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은 오히려 급등했다. 대통령이 통제하기 어려운 국제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너도나도 집을 사자 부동산 규제가 힘을 잃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떨까. 부동산만 보면 '운수 좋은 날'을 맞았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규제를 풀었으나 치솟는 집값을 낮춘 건 고금리였다. 윤 대통령 집권 초반기인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과 이에 따른 고물가를 제어하려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즉 대외 변수가 국내 금리를 높이면서 집값 안정은 물꼬를 텄다.
반면 경제 여건은 외환·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어둡다. 과거 위기 때처럼 다른 국가들의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은 더 타격받을 수 있는 처지다. 윤 대통령으로선 "왜 하필 내 임기 때…"라는 하소연이 나올 법도 하다.
결국 중요한 건 김대중·이명박 정부처럼 한국에 불리한 대외 여건을 헤쳐 나갈 실력이다. 대선 승리 이후 1년 동안 경제 분야에서 윤 대통령 리더십은 아쉬움이 컸다. 권력은 고물가, 고금리 등 위기 국면을 관리하는 정도로 쓰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띄우는 등 최근 공격적인 행보는 눈에 띈다. 정치·외교적으로 밑지는 협상이란 평가가 중론이나, 경제적으론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적어도 수출 규제로 일본산 소재·부품·장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 기업에 희소식이다.
윤 대통령이 다른 경제 승부수를 이어 제시하길 기대해 본다. 절대 원칙으로 여기던 긴축재정 대신 확장재정을 펼치는 '윤석열 파괴'가 한 예일 수 있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를 넘을 신산업도 적극 모색했으면 한다. 이런 게 차곡차곡 쌓인다면, 한국 경제는 대외 변수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기칠운삼'의 단계에 들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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