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일본 H3 로켓 등 실패가 더 흔한 우주개발
누리호와 다누리 등 한국의 성공적 도전사례
2045년 화성착륙 등 한국 우주개발 이어져야
2022년은 우리나라의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지 30년 되는 해였다. 30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의 우주 개발 역사는 지난해 비약적 성과를 보여주었다. 2022년 6월 21일,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고, 연이어 8월 5일 발사한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는 12월 17일 달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는 사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연속으로 미션을 성공하는 일이 매우 힘들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 우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얼마 전인 3월 7일 일본의 새로운 주력 대형 로켓 H3의 첫 발사 시도가 실패로 끝난 것만 보아도 우주에서 첫 시도에 성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수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개발한 H3 로켓은 상승 도중 2단 엔진이 점화되지 않으면서 기체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로켓은 상승 도중 폭발해서 필리핀 동쪽 바다에 떨어졌다. 일본은 이번 발사를 통해 대형 로켓의 세대교체를 추진하려 했지만, H3가 실패하면서 위성 발사 수주 사업은 물론 국가 우주개발 전략 전반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는 개발 기간이 12년이나 걸렸고, 다누리는 개발에 7년의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 우주 미션들은 이렇게 10년 가까운 긴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항상 긴 호흡의 준비와 철저한 지상 테스트가 필요하다. 올해도 우리나라 우주 개발사업에 다양한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 5월로 이제 눈앞에 닥친 누리호 3차 발사에는 우리가 만든 위성이 8기나 실릴 예정이다. 이번에는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가 제작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도요샛 위성 4기, 민간기업인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 져스텍이 만든 큐브위성 3기가 탑재된다.
달에 도착한 다누리도 열심히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다누리가 달 상공 100㎞에서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은 달의 '폭풍의 바다'는 인류 최초의 달 착륙선인 루나 9호가 착륙했던 지역이다. 다누리는 달이 운석과 충돌해서 생긴 크레이터 여러 개가 모여서 만들어진 '레이타 계곡'과 '비의 바다' 등의 정밀 지형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보내왔다. 다누리는 공전에 따른 지구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우리가 지구에서 달의 위상 변화를 관측하듯이, 달과 화성에서는 지구의 위상 변화를 관측할 수 있다. 우주 미션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은 물론 힘든 일이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제 다누리가 궤도에서 정상 운영하면서 과학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오는 새로운 미션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누리 이후에 우리나라 우주 개척의 항로는 어디로 향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후속 달 궤도선을 2031년, 달 착륙선을 2032년에 예정하고 있다. 화성 궤도선은 2035년, 화성 착륙선은 2045년 발사할 예정이다. 또한 태양과 지구의 중력안정점인 라그랑주 포인트 지점인 L4 위치에 탐사선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L4 위치는 태양에서 나오는 우주 방사선을 가장 먼저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라서, 달, 화성 등 심우주 유인 탐사를 준비하는 궤도를 설계할 때 반드시 필요한 우주 기상 관측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은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다시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 중이고, 우리나라도 우주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우리별 1호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와 소행성 탐사와 우주망원경도 준비를 하고 있다. 도전적이고 영향력이 큰 과학 임무를 발굴하고,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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