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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는 복지가 아니에요" 스타트업 재택근무 체험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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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 또래인 H가 취준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근무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관찰기를 매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취준생들의 기대와 희망을 여기 담아 전달합니다.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착한 게임을 개발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머스트게임즈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강백주 대표는 창의력 발휘를 위해 최대한 편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강 대표는 1998년부터 엔씨소프트에서 개발자로 일했고, 개발실장을 맡아 대표적 다중접속역할분담게임(MMORPG) '리니지' 개발을 이끌었습니다. 그만큼 그는 누구보다 게임 개발 환경을 잘 아는 전문가입니다.
이 업체 직원들은 일주일 중 월·화요일 이틀만 경기 안양시 사무실에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원격 근무를 합니다. 이 업체의 전략사업팀에서 3일간 일한 H도 화요일만 사무실에 출근하고 나머지는 외부업체 만남에 동행하거나 집에서 게임 개선 사항들을 작성하는 일을 했습니다.
재택근무를 해보니 음악을 틀어놓고 일하거나 집 앞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일할 수 있어 편했습니다.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준비하고 나가서 지옥철에 시달리지 않아도 돼 좋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어울려 식사를 하거나 수다를 떨면서 서로를 알아가며 얻는 소소한 즐거움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강 대표가 재택근무를 도입한 이유는 잦은 사무실 이전 때문이었습니다. 창업 초기 사업 성과가 잘 나지 않아 서울 강남에서 경기 안양까지 사무실을 여러 차례 옮겨 직원들이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출근 시간이 편도 30분 이내에서 2시간으로 늘어난 직원도 있죠.
그런데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집에서 일해도 문제가 없는지 물었습니다. 강 대표는 근무 환경보다 일에 대한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게임 개발은 꼭 사무실에서 하지 않아도 돼요. 개발 상황을 공유하거나 문제 발생에 대비해 주 2회만 사무실에 출근해 회의를 하죠. 재택근무 때 집에서 제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회사에 나와도 온전히 근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중요한 것은 회사에 대한 애정과 일에 대한 열정, 책임감이죠."
집에 고성능 컴퓨터가 없어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10년 전과 달리 인터넷 속도나 컴퓨터가 많이 발전했어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사무실 컴퓨터와 집에 있는 컴퓨터를 원격으로 연결하면 집에서도 개발할 수 있죠."
직원 간 소통은 파일 등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기업용 메신저 '슬랙'을 이용합니다. 슬랙은 접속자 옆에 초록색 표시가 들어와 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재택근무를 하면 눈에 보이지 않아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홍보 영상을 만드는 인턴으로 근무 중인 대학생 송영은씨는 오히려 반대라고 하네요. "재택근무할 때 책임감이 더 생겨요. 급여를 받고 일하는 만큼 그 시간에 업무 외 다른 행위를 하면 양심에 찔려요. 그렇다 보니 집에서 일해도 집중이 잘 되죠."
반면 재택근무 중 영상통화로 만난 신영섭 그래픽 디자이너는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회의적이었습니다. "혼자 있으니 느슨하게 풀어질 때가 가끔 있어요. 그래서 온전히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어요."
외부 업체들을 많이 만나 계약을 해야 하는 사업전략팀은 재택근무를 해도 외부에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강 대표와 김수진 사업실장, 송석영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의사결정권자 3명도 비상시에 대비해 주 5일 내내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중요한 것은 재택근무를 마냥 편한 근무방식으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점입니다. 그에 걸맞은 책임감, 정해진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업무 계획을 세워 일하는 자기 관리가 필요합니다. 최원석 머스트게임즈 전략사업팀장은 재택근무가 회사의 복지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스타트업의 필요 불가결한 생존 방식이라는 것이죠. "원격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시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재택근무죠.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 인원이 적은 스타트업이 비용을 줄이며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는 근무 방식입니다."
H(박세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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